1부. 들어가는 글
‘기억의 장소’ 또는 ‘망각의 장소’ _양재혁
2부. 기억과 역사 서술
신화화된 기억의 속살: 영적 자유를 외친 독일 종교개혁의 민중규율화 _박준철
남북전쟁과 공적 역사 _김정욱
민간 기념물과 논쟁적 기억: 수하르토 기념관의 경우 _서지원
독일 통일 후 베를린장벽 역사 기념물 만들기: 냉전시대 관광의 풍경에서 기억의 터전으로 _육영수
3부. 이데올로기와 역사 기억
『공산주의 흑서』 논쟁과 자유주의의 역사정치 _윤용선
코먼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기억에서 타자화된 원주민들 _이민경
뉴라이트가 역사를 읽는 법 _김정인
극우의 역사 서술 전략과 『제국의 위안부』: 역사적 사건의 상대화 _신동규
4부. 나가는 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재국정화 소동 이후의 역사 교육 _김육훈
역사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선택된 기억이다
역사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역사는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한 반면, 기억은 그간 연구 방법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기억은 그저 개인적이고 낭만적인 개념으로 치부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과거와 현재의 존재조건으로 인정하는 순간, 역사는 훨씬 생동감을 얻는다. 역사가 박제되고 건조한 과거형이라면 기억은 지금 이 순간을 구성하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 식민지, 한국전쟁, 독재 유신시대 등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기억은 이들에게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역사학에서 기억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기억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다.
이 책은, 역사는 가능한 한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정교과서 사태로 왜곡된 역사 교육을 우려하고 획일적인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한국은 물론, 프랑스, 독일, 미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전개된 역사 이슈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입체적인 해석을 제시한 10편의 글을 묶었다. 이 책은 역사는 지나간 과거를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각국의 역사 논쟁을 입체적인 시각에서 조명한 10편의 글 모음집
양재혁은 프랑스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피에르 노라의 ‘기억의 장소’ 기획을 분석함으로써 기억과 역사 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박준철은 독일 종교개혁을 분석하면서, 종교개혁의 이념적 혁명성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이 신앙의 개인화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전개된 과정을 추적한다. 김정욱은 미국의 남북전쟁을 기념한 버지니아 기념비와 노스캐롤라이나 기념비에 남부 군인들까지 영웅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학술 서사와 공적 역사 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