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세계체제의 이행 과정에서 희망적 요인이 될 것이다
1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구조적 위기’에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이행, 그리고 이것이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에 대해 주로 논의한다. 특히 저자는 1960년을 전후로 정치적 독립을 성취했지만 경제적 발전이라는 약속을 실현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민족해방운동 세력들의 딜레마에 눈길을 돌린다.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에서 집권에 성공한 운동 세력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혁을 훗날로 미룬 채 부유한 나라 ‘따라잡기’에 매진했고, 그럼으로써 현 세계체제를 침식하는 동시에 강화하기도 했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프리카의 정치적 투쟁이 현존 세계체제의 안정성을 조금이라도 약화하는 쪽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며,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이행에서 아프리카가 관건이 되는 지역이 될 거라는 희망을 내비친다. 아프리카는 근대 세계체제에서 소외되어 현 체제를 지탱하는 서구의 보편주의 이데올로기에 지적으로 덜 포섭되어 있으며, 따라서 아프리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통찰, 조직적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곳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는 흔히 절망의 대륙으로 묘사되는 아프리카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를 특이하고 예외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변화는 세계체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통찰을 놓치지 않으면서, 아프리카가 직면한 딜레마와 변화들(민족해방운동들의 권위 실추, 국가 기능의 쇠퇴, 사회 인프라의 악화 등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체제 전반의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이 책은 월러스틴의 방대한 세계체제론을 압축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세계체제론의 핵심 사유가 그가 아프리카와 자본주의체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빠짐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6장 ‘발전주의와 세계화 다음은 무엇인가?’에서는 지금의 세계체제가 지속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종류의 대안적 체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