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직업 선택을 비롯한 거의 모든 선택이 학교를 얼마나 다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학력에 따라 봉급 수준이 결정되고 그 사람이 앞으로 생활해 나갈 영역과 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 즉 그의 모든 삶의 양식이 결정된다. 오늘날 학교는 병아리를 까는 부화장처럼 기술의 제왕에 순종하는 순한 신민들을 생산하는 제도로 변했다. 이 책은 이러한 학교제도를 테크놀로지 사회의 모순과 관련시켜 비판한 교육학적 우상 파괴에 해당한다. 서구의 종교적 황혼에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처럼 오늘날 인간을 잃은 우리의 교육적 황혼에 이 책은 ‘학교의 빈사’를 선언한다. 도대체 학교는 살아있는가?
[출판사 서평]
오늘날의 학교는 국가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마치 중세의 국가와도 같은 존재가 된 학교는 모든 가치와 규범을 규정하는 사회의 재판소가 되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학교는 이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하나님과의 뜻과는 달리 말을 잘 듣고 잘 보인자에게는 좋은 선물, 즉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주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나쁜 선물, 즉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는 교회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키워준다는 본래의 사명을 상실한 학교는 이제 죽었다. 이것이 E.라이머가 말하는 ‘학교의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