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구는 몰락할 수밖에 없는가, 그 영원한 역사순환론
서구는 반드시 몰락할 수밖에 없다던 슈펭글러의 강성 발언에 당시 서구 사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제국주의의 확산, 그로 말미암은 세계대전의 참상은 ‘깨어 있는’ 서구인들로 하여금 자신들 문화에 대한 자성과 비판을 불러왔다. 진리를 알고자 하며 또 추구하는 한 사람의 사상가로서 슈펭글러는 “사상가란 자신의 직관과 이해를 통해 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도록 규정된 사람”(19쪽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이 현재 존재하는 것들의 근본 원리를 모순 없이 통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사상가는 자신에 의해 자신의 세계상으로 태어난 것을 진리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사상가는 자기 내면에서 발견하는 상징적 본질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자신의 진리를 천명할 때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당시 학자들의 학문하는 방식을 비판하며 ‘관념론의 허공의 뜬 새와 같은 철학’이 아니라 인생의 엄숙함,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참된 본질을 통찰할 것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공소하게 들리지 않는 까닭은 “진리는 어떤 특정한 인간에 대해서만 진리가 된다. 따라서 나의 철학 자체도 단지, 이를테면 고대의 정신이나 인도적인 정신이 아니라 서양적인 정신만의 표현이며 반영일 것이다”(107쪽라는 진단을 스스로 해냈기 때문일 터이다.
이렇듯 사상가로서 염결성을 지니기도 했던 슈펭글러는 하나같이 놀라운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서구 문명, 서유럽에만 한정되어 있는 근대를 통렬히 비판했다. 제국주의, 세계대전, 사회주의 혁명 등 혼란으로 점철된 20세기의 서구는 고대-중세-근대로 올수록 진보한다는 그들만의 발전사관에 따라 타 문화들을 미개한 단계로 규정하면서 그들 문화의 폭력적 팽창을 정당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목도하면서 슈펭글러는 문화란 발생, 성장, 노쇠, 사멸의 과정을 밟는 유기체와 같아서 이미 고도성장을 이룬 서구 문화는 필연적으로 사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