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제1부 해바라기
제2부 심포지엄
나는 보스니아의 시몬 비젠탈이었다. / 스벤 알칼라이
중요한 것은 그날 이후 당신의 삶입니다. / 장 아메리
악을 선으로 무마할 수는 없다. / 스마일 발리치
섣부른 용서는 희생자에 대한 배신이다. / 모셰 베이스키
‘값싼 은혜’의 위험성에 대하여 / 앨런 L. 버거
두 개의 질문: 답변 가능한 것과 답변 불가능한 것 / 로버트 매커피 브라운
그는 내게도 용서받지 못했을 것이다. / 해리 제임스 캐저스
죽어 가는 나치를 위해 기도는 할 수 있지만 / 로버트 콜스
기억하되, 용서하라! / 달라이 라마
그것은 죽어 가는 나치의 최후의 범죄였다. / 유진 J . 피셔
가해자와 희생자 모두의 영혼을 위하여 / 에드워드 H . 플래너리
문제는 ‘용서했어야 했는가’가 아니라 ‘용서할 수 있는가’이다. / 에바 플레이슈너
지혜로운 침묵, 정의를 뛰어넘은 연민 / 매튜 폭스
붕대 너머로 보아야 할 것들 / 레베카 골드스타인
그 나치가 가야 할 곳은 집단수용소였다. / 메리 고든
죽은 이들이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산 사람들 또한 그렇게 할 수 없다. / 마크 골든
정의 없는 용서는 자기만족적 유약함일 뿐 / 한스 하베
비록 과거는 잊을 수 없다고 해도 / 요시 클라인 할레비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라면 하느님조차 피고인일 뿐 / 아서 허츠버그
부디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내가 아닌 하느님의 이름으로. / 시오도어 M. 히스버그
브리스크의 랍비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 아브라함 요슈아 헤셸
용서받지 못하는 두 개의 죄악 / 수재너 헤셸
용서야말로 진정한 힘이다. / 호세 호브데이
용서할 권리가 충분했고, 용서해야 했다. / 크리스토퍼 홀리스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 / 로저 카메네츠
그것은 초인적인 선행의 기회였습니다. / 프란츠 쾨니히 추기경
그 나치 병사는 차라리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 해럴드 S. 커슈
용서와 침묵 사이
“2층 창문에 어린아이를 안은 어떤 남자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의 옷에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습니다. 옆에는 아이의 어머니인 듯한 여자가 서 있었고요. 그 남자는 한 손으로 아이의 눈을 덮어서 가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창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잠시 후에 아이의 어머니도 뛰어내렸지요. 그때부터 다른 창문에서도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잇달아 뛰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총을 발사했죠…. 오, 하느님!”
죽어가는 나치 장교 카를의 고백이다. 수백 명의 유대인들을 좁은 집에 몰아넣은 뒤에 불을 질렀고,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그가 이 끔찍한 범죄를 털어놓는 동안 비젠탈은 나치에게 희생된 89명의 일가친척을, 게토에 마지막 남은 어린아이였던 꼬마 엘리를, 그리고 아들과 이별한 뒤 끝내 독일군에게 목숨을 잃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저런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런 자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상대는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다. 그 어떤 죄인이라도 뉘우치면 용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 아닐까? 게다가 그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나는 그에게 최후의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하지만 무슨 자격으로? 이미 죽어버린 수백만의 유대인들은 내게 용서의 권한을 준 적이 없지 않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적 고뇌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침묵한 채 병실을 나서는 것이었다.
카를은 결국 용서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고, 비젠탈은 그날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수용소 동료들에게 그날의 일을 털어놓지만 돌아오는 건 “그놈의 용서 타령 좀 그만하라”는 핀잔뿐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30분 뒤면 자유가 찾아오겠지만 그보다 15분 전에 죽음이 먼저 찾아올 것”이라 자조하는, 전능하신 하느님조차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는 신학적 냉소에 빠진 유대인들에게 용서나 화해, 인간적 연민(심지어 나치를 상대로 한! 따위는 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