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힘든 걸 하찮게 여기지 마.
안 그래도 참아야 될 거 존나 많은데.”
삶이라는 무대 한가운데 선 십대 소녀들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지만 커다란 질문들
『여학생』은 국내 청소년희곡 가운데 ‘여학생’이 주인공인 작품들로만 엮은 희곡집입니다. 그동안 국내 연극에서 매력적인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희곡 세 편은 우리 연극계의 의미 있는 발견이자 변화의 징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각...
“니가 힘든 걸 하찮게 여기지 마.
안 그래도 참아야 될 거 존나 많은데.”
삶이라는 무대 한가운데 선 십대 소녀들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지만 커다란 질문들
『여학생』은 국내 청소년희곡 가운데 ‘여학생’이 주인공인 작품들로만 엮은 희곡집입니다. 그동안 국내 연극에서 매력적인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희곡 세 편은 우리 연극계의 의미 있는 발견이자 변화의 징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각각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둘 혹은 셋. 이들은 여느 남성 서사의 영웅들처럼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홀로 모험하지 않습니다. 여학생들의 모험은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것은 결국 자기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이제 여학생들의 지워진 몸은 세 편의 희곡에 의해 무대 위로 소환된다.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바로 그 자리, 담론의 폭력으로 에워싸인 곤란하고 불편한 그 자리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혜주의 자취방 욕실에, 혹여 감전될까 겁이 나서 갈지 못하는 전구가 위태롭게 깜박거린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니 이런 문장이 나온다. “혼자서 전구 가는 법. 새 전구를 사기 전에 일단 전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좋아하고있어」 혜주를 주저하게 한 것은 그러므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