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Artist’s Note
백민
Baekmin, Ordinary People
이 땅의 사람들, 백민으로의 귀환 / 윤세영
Back to Baekmin, Ordinary People / Youn Seyeong
수록 작품 목록
List of Photographs
시선의 정면성과 우회성
백민 작업의 실질적 시작이 된 첫 사진은 1979년 7월에 전북 고창에서 찍은, 거목의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다.(표지 사진, p.133 작가는 이 사진으로부터 ‘백민’ 시리즈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육명심이 인물을 담을 때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잘 드러난다.
우선 사진 속 인물의 정면성이다. 카메라에 무심한 듯하면서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할머니와의 눈맞춤은 그 후 사진가가 카메라 앞에 선 인물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작업으로 전개된다. 여기에서 정면성은 단순한 눈맞춤(eye contact에 그치지 않는 내면과의 소통을 의미하고, 그 사진을 바라보는 관람객 또는 독자와의 눈맞춤으로 확장된다.
다른 하나는, 인물을 존재케 하는 현실공간에 중점을 두고 시간과 함께 주위 환경과 동화된 인물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신의 집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한 할머니와 고목의 조화는 마치 일체를 이룬 듯 자연스럽다. 또한 ‘백민’ 연작에서 자주 나타나는 영적이고 신비로운, 무속적이고 토착종교적인 분위기가 이 사진에서도 역시 감지된다.
한편, 이번 책에 새로 추가된 사진들에는 정면성에서 벗어난 사진들이 꽤 많다. 육명심 인물사진의 특징인 강렬한 시선을 느슨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정면성에서 더 나아가 우회적인 라포의 형성까지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한다. 모두 다른 곳을 보는 사진, 여러 명 중 한 사람만 사진가를 보는 사진, 너무 멀어 시선의 방향이 모호한 사진, 심지어 뒷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있다. 정면성이 깨진 사진을 의도적으로 함께 섞어 놓음으로써, 하나의 원칙에서 벗어나 시선이 어긋난 인물들과도 다층적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백민, 사진가의 자서전
백민 작업은 1980년대 전후의 민중미술운동과 시기상 겹친다. 육명심은 순수하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백민이나 장승을 촬영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일치는 결국 시대적 흐름에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