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모욕과 증명 사이 ? 17
1부 관문
키워드 1. 모욕면접 ? 29
덧붙임 패싱: 거짓 혹은 진실 ? 46
인터뷰 직장에서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요? ① ? 51
2부 꾸밈
키워드 2. 꾸밈노동 ? 55
키워드 3. 블라인드 면접 ? 72
덧붙임 필요한 건 편한 옷 ? 87
인터뷰 직장에서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요? ② ? 90
3부 위계
키워드 4. 유리천장 ? 95
키워드 5. ‘어린 여자’ 정체성 ? 121
덧붙임 퀴어 교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 ? 137
인터뷰 직장에서 어떤 차별을 겪고 있나요? ③ ? 142
4부 능력
키워드 6. 정규직 ? 147
키워드 7. 공정 ? 168
키워드 8. n포 세대 ? 195
덧붙임 우리는 차별이 무엇인지 모른다 ? 218
인터뷰 퀴어인 당신은 다르게 노동하고 있나요? ? 224
에필로그 낡은 작동 설명서를 버리고 ? 227
덧붙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로 만나다 ? 241
감사의 말 ? 247
누구도 가던 걸음을 멈춰 뒤돌아보지 않도록, ‘그들처럼’ 보이는 일
성소수자들은 출생 직후 의료 기관이 내린 성별 판단인 지정성별과 자신이 이끌리는 성적지향 간의 불일치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가 지정한 성별과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성별이 다른데, 그 ‘다름’을 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정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삶은 가혹하다.
결국 직장을 다니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중대한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것이다. 소위 ‘패싱passing’이라고 하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외양과 행동을 위장하는 일. 이들은 직장이라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다. 그래서 이들은 각본을 필요로 한다. 그 연기는 ‘그저 연기’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행위다. 애인 유무와 결혼/출산 계획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직장에서 성소수자들은 내일 당장 없어질지도 모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기한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이성애 각본’이 너무나도 당연한 직장에서 이들은 자신의 진짜 애인을 이야기하는 대신, 가짜로 꾸며낸 ‘애인 캐릭터’의 정보를 읊는다.
“직장에서 이야기할 때 강표는 애인의 성별은 물론이고 나이까지 거짓으로 말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하 남성과 연상 여성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성 커플의 경우에는, 화장품을 같이 쓰고 있다거나 여자대학에서 만났다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조금 더 철저하고 싶다면 가상의 남자친구가 나온 군부대 명까지 정해두는 준비성을 보인다.”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선 훨씬 더 섬세한 지문과 대사가 필요하다. 이 ‘치밀하고 섬세한 각본’은 참을 수 없이 버겁다. “사람들이 의심할 틈 없게 끊임없이 이성애자인 척”해야 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피곤한 일이다. 집에 돌아와 낮에 동료들에게 한 말을 자꾸 되짚어본다. 혹시라도 실수가 있진 않았는지, 늘 염려한다. 만약 이 각본을 던져버린다면? 대가는 작지 않다. 정식 직업을 포기한 채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