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의 사진과 글
사진들은 피사체와의 거리를 기준 삼아 총 4부로 나눴다. 여기에 각 사진마다 ‘초점거리’를 밝혀 피사체와의 거리를 좀 더 정확히 가늠해보도록 했다. 피사체와의 거리에 대해 저자가 적은 글이 있다. 저자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과의 아름다운 거리가 얼마쯤일지를 늘 고민한다.
“사진은, 그중에도 매체 사진은 자주 무례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 앞에 설 일이 많은데 부끄럼 많은 나는 다가가길 망설였다. 무작정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는 건 폭력적이라고도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광각렌즈 끼우고 가까이 다가가 찍는 사진을 선호했다. 피사체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가까이 가는 게 맞는 걸까를 늘 생각했다. 피사체와의 거리는 관계와 비례하는 일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멀찍이 물러나지 못해 실패한 일보다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망친 일이 훨씬 많았다. 특별한 일 없어도 오며 가며 농성장을 찾았다. 혹시 뭐 없나 싶어서다. 뭐가 있긴, 거기도 사람 지내는 곳이니 사람 얘기에 귀 기울였다. 남들이 서러워 울 때가 사진기 든 사람이 바빠질 때다. 미안함도 잊고 플래시를 연신 터뜨렸다. 나는 무뎌져갔다.”
미시사 혹은 현장에서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임종진 작가가 지적하듯이 정기훈이 머문 자리는 ‘콜텍, KTX, 쌍용차 등 해고 노동자의 단식 농성장, 광화문 세월호 천막, 일본대사관 등’ 같은 ‘척박하고 처절한 토양’이다. 그런 현장에서 피사체는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는가, 피사체에게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또 흘러갔는지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설명한다. 물론 피사체 주위에 선 저자에게도 시간은 흐를 텐데 그 둘을 동시에 묘사한다.
하종강 교수는 저자의 작업을 ‘우리들의 소중한 미시사’라고 표현했다. “그들 사이에 오간 가슴 저미는 대화들이나 통계 속 숫자에 묻혀버릴 뻔했던 사실들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모든 현장에 그가 있었다. 과연 ‘한국의 모든 현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