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페르소나 민준혁을 통해 들여다보는 범죄와
그 속에 담긴 우리 아이들의 자화상
탐정 치고는 많이 어리숙해 보이지만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서 잡고 마는 민준혁은 작가의 페르소나이다. 작가는 바바리코트가 아닌 추리닝 자락을 휘날리며, 멋진 중절모 대신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동네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해결하는 탐정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 사건 사고를 조사해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았고, 그만큼 더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추리 소설을 쓸 때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잔혹한 범죄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범죄에 희생된 사람들의 아픔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범죄에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작가의 평소 지론대로 「지켜 주는 자의 목소리」에 등장하는 인터넷 사령 카페는 단순한 재미 요소를 뛰어넘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던 우등생의 일탈이나 성장기 아이들이 왜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는지, 또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려서부터 각박한 세상살이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물질적인 이유로 친구에게 등을 돌리는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가 덕분에 한층 사실적으로 와 닿는다.
책 속으로
준혁 아저씨의 꼰대 같은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아이들이 자꾸 겉돌죠. 그러다가 가족처럼 대해 주는 뭔가를 만나면 금세 빠져드는 거고요. 사령이든 뭐든 말이에요.” _본문 21쪽
“왜 저렇게 우는 거야?”
“버림받았잖아요.”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었는데?”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였을지도 몰라요.”
“그 무엇도 가족이나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어.”
꼰대 같은 준혁 아저씨의 얘기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게 처음부터 없는 사람도 있어요.” _94쪽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