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서며
1부. 봄
1. 다람쥐가 악착같은 수전노였다면
2. 후진을 모르는 꽃뱀 구출 대작전
3. 왜가리는 동네 사람, 백로는 손님
4. 후투티를 사랑하는 방식
5. 선비라면 해오라기를 본받고 싶을걸
2부. 여름
6. 잠자리처럼 폭염 속으로 나아가리라
7. 매미와 빨리 죽어 가는 것들
8. 소금쟁이가 물 위를 달려간다
3부. 가을
9. 밤에만 펼쳐지는 신비한 동식물 사전
10. 잠자리도 호랑나비도 분주한 계절
11. 밤과 도토리는 동물의 성찬
12. 족제비가 낮에도 돌아다니네
13. 괭이갈매기들의 섬을 찾아서
14. 야생 소의 전설이 여기 있다니
15. 시인도 이 계절에 까마귀를 보았구나
4부. 겨울
16. 저 개는 도를 닦으면 신선이 되겠네
17. 눈 위에 선명한 산토끼 발자국
18. 너구리와 족제비의 공동 화장실
19. 흑두루미가 음치라도 뭐 어떤가
20. 겨울 우포늪의 숨은 보석, 큰기러기
다시 길 위에 서서
희생된 동물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걷기 여행
약속도, 준비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즐거운 야생 동물과의 만남
걷는 습관은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동물원을 떠나 도축 검사관으로 도축장에 파견되어 일하던 때, 최종욱 수의사는 일이 끝나는 오후가 되면 주변의 둑길을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진정되고, 동물들을 위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을 추모하며 시작된 걷는 습관은 도축장을 떠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시간이 나는 날이면 길을 나서서 무작정 걸었고, 동물이라면 무엇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그 길은 자연스레 야생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 되었다. 흔히 이런 여행을 생태 관광, 생태 여행이라 부르는데 최종욱 수의사는 그중에서도 멋진 풍광이나 식물이 아니라 야생 동물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 셈이다.
동물을 만나러 떠난다지만 이런 만남은 미리 약속이나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작정 걷다 보면, 그 계절의 동물들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뿐이다.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한 사람만이 체득한 예리한 감각으로, 수의사는 동물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낸다. 곤충이 풀숲에서 바스락대는 소리부터 오묘한 똥 냄새까지 수의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수의사의 오감에 포착된 다채로운 생명의 몸짓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동물들을 새롭게 보게 하면서 우리의 자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그럼으로써 무뎌진 생태 감각을 되살려 낸다.
사계절을 수놓는 다채로운 생명의 몸짓
평범한 동물들이 일깨우는 생태 감수성
동물을 찾아 떠난 여정은 계절별로 기록되어 있다. 봄부터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까지 각 계절의 주인공들이 길 떠난 나그네와 조우한다. 봄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숲속의 정원사 다람쥐가 멀찍이서 움직이고 강 위의 귀족, 왜가리와 백로도 날아다닌다. 오월이 되면 귀한 새 후투티도 만날 수 있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