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의 비극, 1975년 4월 9일을 최초로 기록하다
《그해 봄》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인혁당 사건을 이야기한다. 박정희 유신 독재 권력이 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 하루아침에 사형을 시킨 인혁당 사건은 사형 선고 18시간 뒤에 사형을 집행해버린 사건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고, 엠네스티에서는 사형 집행에 대한 항의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인혁당 사건을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8명의 사형수 가운데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거나, 한국근현대사 책에서 인혁당 사건을 짤막하게 다룰 뿐이었다. 《그해 봄》은 처음으로 인혁당 사건과 사형수 8명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 낸 다큐멘터리 만화이다.
인혁당 사형수 유가족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증언으로 생생하게 그려 내다
우홍선, 김용원, 송상진,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인혁당 사형수 8명이 저마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유가족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생생한 증언을 재구성해 그들의 삶을 흑백만화로 보여 준다. 8명의 사형수들이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들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모습이 《그해 봄》으로 되살아났다.
사형수들이 억울한 혐의를 쓰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대로 재연했고, 남겨진 유가족들의 상처도 함께 담았다. 유가족들은 사형 집행 후에도 수십 년 넘게 국가 기관으로부터 집요하게 감시를 당해 평범한 일상도 유지할 수 없었다. 자녀들은 어린 시절 동네 이웃이나 학교 선생님, 반 친구들에게 ‘간첩’, ‘빨갱이’로 낙인 찍혀 손가락질 당했던 기억을 담담히 증언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애써 온 부인들의 구명 활동은 눈물겹다. 이같은 유가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사형 집행 32년 만인 2007년에 사법부는 인혁당 사건 재판 과정이 위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