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은 흙을 마구 파헤치는 현대 문명에 있다”
4대강에는 준설토가 산처럼 쌓이고, 건설 현장이 아닌데도 고랭지 채소밭으로 덤프트럭이 흙을 가득 싣고 바삐 오른다. 국토를 가로지르며 고속도로가 산맥을 뚫고 산을 자른 비탈은 해마다 여름이면 집중호우에 쓸려 내려가고 멀쩡하던 도시 한복판의 지반이 침하되기도 한다. 대도시 근교 흙길은 물론 얼마 전까지 논밭이었던 신도시에 아파트와 쇼핑센터가 들어서고, 농촌에서는 트랙터가 논밭을 갈아엎고, 산에서는 튼튼한 등산화가 맨흙을 노출시킨다. 흙은 제몫을 인정받기는커녕 하찮게 여겨지고 심지어 학대받고 있다. 우리 스스로 얇디얇은 ‘지구의 살갗’ 흙을 벗겨 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언제부터인가 따스한 봄볕을 앗아간 황사와 미세먼지, 비 오는 날 자가용과 신발을 더럽히는 흙탕물,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이 들어 있을까 의심스러운 놀이터의 모래흙?……. 도시민들은 폐타이어 알갱이들로 포장한 공원의 산책길에서 운동화에 흙 묻을 걱정 없이 걷거나 뛰며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도시화가 곧 발전이라 여기는 동안 현대인들은 흙을 밟고 일구고 함께 숨 쉬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흙의 존재 자체를 잊어 갔다.
“우리는 발밑에 있는 흙보다 머리 천체의 움직임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우려한 현실은 50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다를 바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인식한 미국의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10여 년 전,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을 저술하여 흙을 침식시킨 모든 문명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설득력 있게 증언한 바 있다. 우리 인류와 생태계와 문명의 존립이 지구의 살갗인 흙에 달려 있음을 웅변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흙을 더럽고 하찮은 것으로 대하는 현실을 갈파했다.
이번 책은, 유사 이래 문명을 일으키고 인류를 먹여 살려 온 농업으로 향한다. 《흙》이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시적이고도 긴급한 문제를 사이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