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서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그의 원작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아니요,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도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본주의의 성가聲價가 드높아지는 우리 시대에 마르크스를 읽기 위해서는, 급한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땅을 짚어 가며 전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저자들도 지적하듯, 마르크스의 비판자들을 마르크스적 방식으로 재독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있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곧 교조적으로 규정된 마르크스의 사상을 강변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재독해가 이루어져서는 곤란할 것이다. 차라리 우리는 마르크스조차 알지 못했던 마르크스, 마르크스의 무의식을 탐문하는 방식으로 마르크스의 사유를 재구성하고, 이에 따라 그의 비판자들과 대결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모든 것이 대기 중에 녹아 버리는’ 이 시대에 마르크스를 다시 읽는 역동성을 우리에게 부여해 줄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던 마르크스와 뜻밖의 재회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하도록 하자. 마르크스를 읽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진석(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신자유주의 실패와 현대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역사적 상황은, 폭넓게 말해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는 해방의 가능성과 개념적 방법, 주도권 등이 점진적으로 폐쇄되어 가는 국면이다. 우리는 (다르게 사유하고 이론적 도구와 방법뿐만 아니라 실천을 (재모델화하도록 강제하는 그 어떤 실천으로부터도 분리된 상황과 맞닥뜨려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자본주의 체계가 일으키는 최소한의 변화보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상상을 하는 게 더 쉬울 지경이다.”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슬라보예 지젝, 프랑크 루다, 아곤 함자가 마르크스를 만나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인 오늘날 훨씬 더 공고한 기반을 마련하여, 자본에 의한 계급주의, 사회 불평등의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