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학의 사실과 허구의 애매한 경계,
이에 대한 과정을 밝힌다
우리에겐 과거란 무엇일까? 양귀비가 마약 중독의 원료이듯, 과거가 내셔널리즘의 원료가 된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적당한 과거가 없다면 그러한 과거가 언제든지 발명될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하다. 또한 과거가 분명 비루한 현실을 영광스럽게 만들고 정당화시킨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허구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사실을 창조할 수는 없다. 즉, 이승만과 김일성이 죽었거나 죽지 않았거나 중에서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듯, 사실만은 창조할 수 없다. 그러면 남북 문학의 내셔널리즘 또는 반공 내셔널리즘, 반제 내셔널리즘, 반반공 내셔널리즘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겐 사실이란 무엇일까? 과거를 원본으로 한 남북 문학에서 사실과 허구의 애매한 경계에서 사실은 무엇이며 과거를 이용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본서의 작업은 이에 대한 여러 대답을 찾는 긴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반공(反共, 민얼굴의 내셔널리즘
반공으로 가려진 광기와 살육의 현장을 다룬 역사를번역해 내는 문학적 실천에 주목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반공 국가의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여순 사건’과 ‘6·25전쟁’이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해방 이후 반공 국가의 역사에 대한 월남민과 비월남민 그리고 소설가와 극작가의 문제작들을 교차하면서 검토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단독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역사의 기억을 서서히 국가가 전유함으로써 문제성을 드러낸 작품들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여기서 문학으로 역사를 쓰는 방식은 반공 내셔널리즘의 탁월한 반사경의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또한 이들 작가의 문제작이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은폐된 채 널리 유포되었다는 것이 더욱더 문제인 것이다.
문학은 근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고, 그로 인해 특별한 중요성과 가치를 갖게 되었다. 근대문학은 ‘공감’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