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 아이들이 읽는 옛날 이야기
‘우리 나라 편’과(심청이 무슨 효녀야? ‘다른 나라 편’으로(곧 출간 나뉘어 있는 <옛이야기 딴지걸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을 비틀고 바꾸어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작가는 오래 전 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안타까웠거나 못마땅했거나 아쉬웠던 내용들을 입맛에 맞게 바꿔 놓았는데, 여기에는 편견 없고 자유로운 아이들의 시각이 듬뿍 담겨 있다. 「선녀와 나무꾼에겐 아이들도 있다고!」에서는 원래 이야기 속에 잠깐만 언급이 되는 아이들에 주목해, 선녀 엄마와 나무꾼 아빠의 재결합을 위해 아들 딸이 보이지 않게 힘을 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어진 과제를 풀어야 한다거나 뛰어난 능력보다는 착한 마음씨 덕분에 성공에 이른다거나 하는 옛이야기의 형식에도 충실하면서 오늘날의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심청이 무슨 효녀야?」와 「알고 보면 팥쥐도 가엾어!」는 오랫동안 나쁜 사람으로 찍혀 있던 뺑덕 어멈과 팥쥐를 제 나름의 입장과 사연을 지닌,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바꿔 놓았다. 술 잘 먹고 욕 잘하는 뺑덕 어멈의 캐릭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술 잘 먹고 욕 잘해도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는 착한 생각을 반영해 놓은 결과다. 우렁이 각시를 아이 맘을 잘 알아주는 우렁이 엄마로 바꾸어 놓거나(「우렁이 엄마가 우리 엄마라면!」 꿋꿋한 절개로 신분상승을 이루는 춘향이 대신 당찬 성격으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는 춘향이(「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안 됐으면?」를 그려 보이는 것 역시 2008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코드를 맞춘 결과다.
각각의 이야기 한편 한편에는 작가가 들려주는 집필 의도와 뒷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보다 깊이 있는 책읽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심청이 무슨 효녀야?』를 제대로 읽는 법은, 다 읽고 난 다음에 또다른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것이다. 앞 못 보는 심봉사에게는 어떤 답답한 속내가 있었는지, 변사또는 정말 나쁜 사람인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