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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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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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노예의 무덤이 아니다!”
1945년 해방이 된 다음날. 오기영은 망우리 가족 묘지를 찾아갔다. 무덤 위에 태극기를 덮어 놓고 그 앞에 서서, 오기영은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곳에는 사회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오기만, 그리고 오기만의 후원자이자 그의 아내인 명복이 안장되어 있었다.
살아서, 무덤에 조문하는 이들도 죽음의 상처로 얼룩진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사회주의자로서 독립운동을 하다 수감 중에 해방과 함께 서대문감옥에서 놓여나온 동생 오기옥과 조카 오장석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으로 수감된 적이 있는 여동생 오탐열, 독립운동으로 수감 중에 얻은 병으로 친정오빠를 잃은 오기옥의 부인, 독립운동으로 수감 중에 얻은 폐결핵으로 사망한 남편을 둔 누님이 함께 하였다.
그 자리에서 오기영은 소리친다. “이제부터는 노예의 무덤이 아니다!”
그것은 기쁨의 탄성이면서, 심장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통곡이었다.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가족사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시작된 ‘적폐청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과거의 문제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향해, 구김 없이 행복을 구가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그리고 통일 조국의 평화세계을 위하여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적폐의 역사에 짓눌리고 가려져 묻혀 있는 정의로운 역사를 발굴하여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 역사의 진면목으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일이다. 적폐의 청산과 미래의 건설은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민족사의 구성원들이 마땅히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도록 하고, 받아야 할 기림을 받도록 하고, 얻어야 할 명예를 누리며, 기억되어야 할 뜻과 정신이 온전히 기억되도록 하는 데서만 가능해진다.
그것은 이미 돌아간 영웅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를 기억하며 살아갈 후손들이 스스로 자랑스럽고 행복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기본이며 근본이 되는 일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