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근세에서 현대까지’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 2』는 근세에서 현대까지의 세계를 조망한다. 유럽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 세계와 직접 만나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메리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갖가지 우연과 정복, 약탈을 통해 유럽은 세계사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한다. 그런데도 폰팅은 유럽이 세계에 미친 영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고 단언한다. 또한 두 차례의 ‘내전’이 끝나고 성립된 오늘날의 세계와 그 미래를 『녹색 세계사』의 저자다운 탁월한 통찰로 진단하고 예측하며 대응책을 제시한다. 2권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과 포인트를 몇 가지 짚자면 다음과 같다.
세계사의 주역은 어떻게 바뀌었나?
정복과 약탈로 일어선 유럽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시기는 1498년 초였다. 다 가마는 오늘날 케냐에 속하는 말린디 항구에서 인도양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 줄 항해자를 고용했다.(이 안내인은 다 가마의 조악한 항해 장비들을 보고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5월에 인도의 캘리컷에 도착한 다 가마는 현지의 통치자를 알현해 유럽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펼쳐 보였다. 그러나 통치자와 그의 신하들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폰팅은 당시의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어서 ‘서양’에 바라는 것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동양’의 생산품을 원했다. 서쪽의 금과 은이 끊임없이 동쪽으로 유출된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유럽의 도약을 가능하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폰팅은 ‘지리적 우연성’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유라시아의 서쪽 끝에 있었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의 부를 약탈해 다른 유라시아 지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인들의 태도가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첫 항해에서 만난 아라와크족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들을 개종시키기란, 우리의 노예로 부리기란 얼마나 쉬울까?” 1500년 3월, 리스본에서 출발한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