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특이점의 도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오늘의 역사학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
역사학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질주하는 과학기술은 머지않은 장래에 사이보그나 복제인간 같은 새로운 인류 종種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포스트휴먼 시대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면,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는 과거의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해버리고 마는 역사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 이 같은 종말론에 직면해서 오늘의 역사학이 물어야 할 근본적 질문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문학 3문問이다._111쪽
종래의 인류 문명사가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는 것에 토대를 두고 전개됐다면, 빅데이터의 출현은 최초로 ‘기억’보다 ‘망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역사학이 사라진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 문자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성립한 학문이라면, 이런 인식의 전환은 앞으로 “역사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정체성과 기능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또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결과(4:1는 인공지능 시대를 예고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실제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과학기술이 창조한 ‘포스트휴먼’의 출현으로 현생 인류 종의 종말까지 언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역사학과 인문학 위기를 넘어 인류의 앞날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역사학을 학문의 틀에 가두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사극, 역사소설 등 대중 역사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활발히 역사비평 작업을 해온 역사학자 김기봉의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21세기, 역사학의 길을 묻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역사학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해 묻는 ‘인문학 3문三問’을 가장 직접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