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 나카무라 테츠가 1984년 페샤와르에 부임하면서부터 페샤와르회 의료서비스(PMS 병원을 세우기까지 17년 동안의 활동 기록이다. 처음부터 숭고한 인도정신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카라코룸의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운명적으로 나를 이끌었다고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이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마음씨 착한 산악지대 양치기들에 매료되고, 평화로운 마을이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따름이었다. 파키스탄에서는 나병 진료에 진력하여 합병증 예방 샌들공방을 차리기도 한다. 아프간 난민문제가 심각했을 때는 직접 난민촌에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고, 아프간에 말라리아가 유행했을 때는 산간 오지 마을까지 돌아다니며 병자를 치료한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이곳에서 17년을 머무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다보니 청년 의사는 장년이 되었고, 노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갈등도 있고, 음모도 있고, 시기와 질투도 있었지만 한상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도 밖으로 한 발짝만 넘어가 보면 전쟁과 질병과 기아에 시달리는 지구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의사 나카무라 테츠는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종교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하여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평화를 실천하는 그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전쟁과 폭력이 얼마나 가난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최근 헌법개정이나 영토문제, 자위대 군사문제 등에 있어서 극우경화 움직임이 심해지고 있는 일본사회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하면서 양심적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지구촌 한 구석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평화 활동을 하는 나카무라 의사의 이 활동 기록은 우리에게 평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