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조선의 운명은……
16세기 중반 이후 조선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양반사대부들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하며 서로를 물어뜯었다. 양반이 겉치레와 당쟁에 집착하는 사이 농민은 무거운 세금과 관리들의 폭정 때문에 빠르게 몰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백성들 삶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백성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서 노비가 되거나 도시빈민이 되어야 했다. 권위와 의지를 잃은 왕실은 잘못을 바로잡을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한편 동시대에 조선 밖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에 다다른 뒤, 유럽 열강의 수많은 배들이 신세계를 찾아 바다를 누볐다. 배들은 진귀한 물건을 실어 날랐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은 새로운 기술문명을 빠르게 이루어 냈다. 유럽 열강은 공장을 세우고 상품을 만들어 세계 곳곳에 내다팔아 부를 축적했다. 강력한 무기와 높은 기술문명을 갖춘 유럽 열강은 거침없이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밀려들었다. 조선 역시 스스로 알아채기도 전에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있었다.
안팎으로 위기에 내몰린 조선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끝없이 추락해 갔다. 과연 쓰러져 가는 조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모든 백성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온몸을 던진 실학자들
양반사대부 가운데서도 낡은 성리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그들은 현실에 등 돌린 채 탁상공론을 일삼는 양반들을 꾸짖으며, 백성을 주인으로 섬기는 유학의 본디 정신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토지와 세금 제도를 개혁하고, 백성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학문을 퍼뜨리자는 것이었다.
한편 임진왜란을 전후로 조선 사신단은 명나라에 빈번히 드나들어야 했다. 사신단 행렬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