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글_이길보라 6
첫 수업 9
수어를 배우기로 했어 14
아닌 줄 알지만 18
수어 프로가 되는 길(? 21
선생님 28
그분의 존재감 33
지화가 뭐야? 38
리드미컬&고저스 오징어 41
농인의 소리 48
조언자들 53
수어 노래 59
어떤 영화 66
편견 71
좋은 일 멋진 일 대단한 일 75
초급반, 안녕! 80
폐강이라고요?! 84
중급반, 안녕? 87
따라 하면 안 되는데 91
부담스러운 수어 96
수어의 업데이트 103
하지 못한 질문 109
수어로 말하는 추석 113
‘장애인’ 119
수어의 매력 126
‘사랑’의 수화교실 131
‘사랑’의 수어교실 137
어디 살아요? 141
수어와 구화 145
청각장애인=농인? 149
수어와 봉사활동 152
조금 다른 대답 156
저도 좀 합니다만 161
아는 만큼 보인다? 168
그런 게 있으면 좋겠어 172
수어로 ‘대화’하기 177
어디로 가야 하죠, 선생님? 183
너의 이름은 188
수어 배우는 할머니 196
들리지 않으면 204
서툴지만 천천히 208
핑크복어, 레벨 업! 213
소리의 부재 219
농인의 세계, 청인의 세계 223
채울 수 없는 허기 227
청인의 수어 230
안녕, 중급반! 그리고… 234
즐거웠으니까 238
작가 후기_복어의 편지 241
에필로그_아직 모르는 이야기 244
■ 생생하고 자유로운 언어의 세계와 조우하다
수어는 단순히 음성언어나 문자언어를 대신하는 비전문적인 수신호가 아니다. 수어는 오랫동안 축적된 농인의 삶과 문화에 기반을 둔 농사회의 언어다. 문자언어의 어휘와 문법에 끼워 맞춰 생각하면 표현이 한정적이고 엄밀하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국제학술대회를 온전히 이끌 정도로 전문적이며 손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 몸짓(제스처까지 표현 수단과 방식, 관용적인 활용 영역이 방대하다. ‘소리 없는 말의 세계’는 고요한 침묵의 세계가 아니라, 소리와 글자가 아닌 모든 것으로 이야기하는 세계다. 그 자유롭고 생생한 세계에서는 그간 음성과 문자에만 의존해 온 주인공이 오히려 말을 잃은 사람 같다. 겨우 손가락 세 개를 한꺼번에 펴다가 쥐가 나고 안 쓰던 얼굴 근육은 어색하게 일그러지고 뻣뻣하게 굳은 몸은 고장 난 로봇처럼 덜그럭거린다. 한국어 문법에 맞춰진 머리로 수어의 고유한 문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크고 작은 고비와 수많은 질문 속에서 수어를 배우는 주인공의 따라가다 보면, 수어가 더없이 독립적이고 고유한 언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보인다. 달라서 어렵지만 그만큼 알고 싶어 욕심나는 세계. 그저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 세계에 발을 들인 주인공의 좌충우돌 도전기는 수어에 전혀 관심이 없던 독자들도 읽고 쓰기나 듣고 말하기가 아닌 다른 방식의 소통에 대해,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만나고 배우는 즐거움에 대해 부담 없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 ‘청인’의 입장에서 ‘농인’의 세계를 엿보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한다. 요컨대 언어에는 그 사회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따라서 농인과 농인 사회를 떼어 놓고는 수어를 온전히 배우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주인공은 수어를 배우며 난생처음 자신을 ‘청인’이라고 소개하는 세계를 만난다. 수어만큼이나 독립적이고 고유한 농사회의 문턱에서 그곳을 슬쩍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방인이 된 기분을 절실히 느낀다. 대화하는 방식은 물론 ‘당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