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자, 억압적인 어머니의 딸, 편견에 갇힌 여성의 몸으로 사는 세상
“모서리에 세게 내리친 달걀처럼 나는 나 자신을 깨부수고 싶다.”-본문에서
시오마라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아이다. 아버지보다 큰 키에, 어머니로부터 “몸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으며, 집 밖에서는 쉽게 성추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오마라는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인데도 종종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손가락질 끝에는 시오마라의 어머니가 있다. 시오마라에게는 “하늘의 가장 큰 태양”이자, “환하고 눈부신 빛으로 나의 심지를 다 태워 버리는 사람”. 도미니카에서 온 어머니는 한때 수녀가 되길 꿈꾸었던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시오마라를 엄격한 교리로 얽매려 들고, 시오마라는 어머니라는 커다란 두려움 앞에서도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키워 나간다.
“내 이름의 의미는 이렇다: 전쟁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자.” -본문에서
『시인 X』는 숙명처럼 붙여진 자신의 이름을 갑옷처럼 두르고, 자신에 대한 억압과 편견에 투사처럼 맞서는 시오마라의 목소리를 통해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나가는 용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안 돼.”라는 말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을 향한 편견에 맞서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나의 이름이 나만의 새로운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 X.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명명하고, 세상 앞에 서다
“때로 글쓰기는 나 자신을 상처로부터 지켜 내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문에서
『시인 X』는 시오마라가 기록해 나간 나날의 일기와 학교에 제출한 몇 편의 글쓰기 과제물로 이뤄져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할렘의 모습, 부모님과의 갈등과 애증, 쌍둥이 오빠와의 끈끈한 관계, 자신과는 너무 다르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 카리다드와의 우정, 그리고 아만과의 첫사랑이 시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