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다움’의 풍자
안드리 폴은 스위스 사진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잡지 편집자, 저널리스트, 사진가의 역할 모두를 성공적으로 해낸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지오(GEO』 『타게스안차이거(TagesAnzeiger』 『다스 마가친(Das Magazin』 『팩츠(FACTS』 『바슬러 차이퉁(Basler Zeitung』 등과 같은 굵직한 잡지와 일간지에서 사진가나 고정 기고가로 일하며 프로젝트를 위해 거의 지구의 극에서 극까지 날아다녔다. 지금도 일 년 동안의 출장 계획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그는, 타고난 활기찬 성격만큼이나 사진 찍을 때도 주제 선정이 폭넓고 표현이 활달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의 작업에서 엄선한 사진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그가 성장하고 거주하는 스위스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로, 소위 ‘스위스다움(Swissness’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어딘가 비꼬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라르스 빌루마이트는 작가론 「그뤼에치(Gruezi! 안드리 폴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마케팅과 관광 홍보에 쓰이는 용어 ‘스위스다움’은 외부 세계보다는 스위스 내부인을 대상으로 하며, 흔히 외세를 견제하려는 보수와 우익의 정치적 담화에 교묘히 이용된다고 분석한다. 유럽에서 스위스가 맡은 역할, 더 나아가 1990년대 득세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의 맹습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드리 폴은 정치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유머와 역설, 빈정거림을 슬쩍 더해 과연 스위스다움이란 무엇인지 날카롭게 질문한다. 완전히 인공적인 교외 풍경에 자연을 집어넣기 위해 현대판 시시포스처럼 주말마다 잔디를 깎는 시민(p.13, 날조된 의식의 한 예라 할 ‘소똥 로또(Kuhlotto’(p.25 등, 스위스적인 특성을 체화한 채 전혀 다른 스위스적 전통을 우스꽝스럽게 증명한다.
다양한 세계로 ‘뛰어들기’
다음은 그가 여러 잡지와 단체의 의뢰로 전 세계를 돌며 찍은 사진들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