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동남아 아무데나’에서 ‘더 알고 싶은 나라’로, 미얀마
01 양곤 (Yangon0
심상치 않은 출발
여전히 펄떡이는 옛 수도
가볍고도 무거운 순환열차 여행
아는 만큼만 보는 현지영화 관람기
쉐다곤 파고다와 ‘불교 판타지아’
02 삐이 (Pyay
여행은 사람으로 완성된다
죽음의 유네스코 라이딩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03 바간 (Bagan
이토록 찬란하고 불편한
우리 일생에 단 한 번, ‘신쀼’
04 인레 호수 (Inle Lake
트루먼쇼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야
까렌족에서 로힝야족까지
비욘드 랭군, 애프터 히어로
05 만달레이 & 몽유와 (Mandalay & Monywa
크고, 높고, 많고, 가난한 부처님들
나가는 말
너를 알게 돼서 기뻐, 미얀마
에필로그 중에서
‘동남아 아무데나’에서
‘더 알고 싶은 나라’로, 미안마
지긋지긋했다. 영하 20도 미친 겨울 날씨도, 아등바등 그 추위 뚫고 출퇴근해 악쓰며 일하는 것도. 다 지긋지긋해서 일 그만두자마자 따땃한 데로 잠깐 도망갔다 와야겠다고 맘먹었다. 근데 백수 되면 돈이 별로 없으니까 싼 데로 가야겠지? 아무래도 동남아가 쌀 텐데, 동남아 어디로 갈까? 거기까지 가서 한국 사람들이랑 바글바글 부대끼긴 싫은데 어느 나라가 좀 조용하려나?
그런 생각으로 대충 찾아보고 정한 목적지가 ‘미얀마’였다. 한국인들 여행 후기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곳. 나라 자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언젠가 TV에서 신비로운 불탑들을 배경으로 장엄하게 해 뜨는 모습을 본 정도였고 기대치도 딱 고만큼이었다. 일출 배경으로 인증샷 좀 찍어주고 열대과일이나 실컷 먹으면서 세월아네월아 ‘힐링’하고 와야지.
실제로 여행 가서 그리 지냈다. 느지막이 일어나 목적지 없이 슬렁슬렁 돌아다니다가 해 지면 호스텔로 돌아가 과일을 안주로 맥주를 홀짝이는 하루하루였다. 마주치는 이국적인 풍광에 “와~ 신기하다~”라며 사진 몇 장 찍지만 정작 그게 뭔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무슨 상관이야. 지금 걷고 있는 이 거리가 태국이든, 라오스이든 아무렴 어때. ‘싸고 따뜻한 동남아 아무데나’를 찾아 여기로 온 내가 미얀마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딱히 없었고 그러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나라를 무신경하게 여행할 예정이었다. 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그 한 마디’를 듣기 전까지는.
“여기 사람들 영어가 잘 안 통해서 다니는데 너무 불편해요. 영국 식민지였다면서 그런 거 치곤 영어가 너무 안 되지 않아요?”
아, 이 한 마디. 이게 내 안의 어떤 스위치를 눌렀다. 우리나라에 관광 온 어떤 외국인이 “일본 식민지였다는데 그런 거 치곤 여기 사람들 일본어 너무 못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상상됐다. 상상은 비약을 거듭해 “한국에서 막상 일본어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