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한국 현대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재현해온 소설가 정도상의 신작 소설집이다. 지난 87년 「친구는 멀리 갔어도」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도상은 80년대의 사회운동과 지식인의 참여 문제를 소?설에 담아냈고, 이후 장편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91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94 등을 발표하면서 사회운동에 투신한 인물들을 서사적으로 재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이후 작가는 전체주의 권력이 개인에게 끼친 폭력을 짚어낸 장편 『누망』으로 2003년 단재상을 수상했다.
지난 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에 씌어진...
한국 현대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재현해온 소설가 정도상의 신작 소설집이다. 지난 87년 「친구는 멀리 갔어도」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도상은 80년대의 사회운동과 지식인의 참여 문제를 소설에 담아냈고, 이후 장편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91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94 등을 발표하면서 사회운동에 투신한 인물들을 서사적으로 재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이후 작가는 전체주의 권력이 개인에게 끼친 폭력을 짚어낸 장편 『누망』으로 2003년 단재상을 수상했다.
지난 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에 씌어진 소설들을 묶은 『모란시장 여자』는 작가 정도상의 서사적 변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이념에 따른 지식인의 실천과 고뇌를 다뤘던 80년대적 이야기, 그리고 이념 붕괴에 따른 정신적 혼란 같은 90년대적 서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하류층 사람들과 자본주의의 쾌락을 마음껏 소비하는 최상류층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령 모란시장에서 개를 잡아 살아가는 여자(「개 잡는 여자」, 보험업에 손을 댔다가 가정 파탄을 부른 주부(「달빛의 끝」는 전자의 경우를, 아들의 병역비리를 눈감아줄 것을 청탁하는 대기업 중역(「오늘도 무사히」, 이권 청탁을 받고 골프 접대를 즐기는 고위층 인사(「그토록 긴 세월을」 등은 후자의 예를 보여준다. 작가가 이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일상을 건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