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제1부
악어 쇼
사십오분의
애수교(愛水橋
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덩그마니, 수돗가
미확인물체
구멍을 만들지 않아도
수염 뽑기보다
이상한 호수-가루
치통의 맛을 모르는
그곳의 안개
넉 잠 다섯 잠
라일락 로(路 1번지
백설공주도 자라선 사자가 된다
권태로운 손가락
제2부
이상한 호수
인면(人面을 한 물고기
앞니 부러진 만다라
동물도 식물도 아닌
타버린 절에 새순이 돋을 때
그들의 떡이 되고
그곳으로부터
노릇노릇 갈비는
한 잔에 ○○원임
심심해 죽겠
소화 헬기가 떴다
이상한 호수-다리
전광판 날짜가 바뀌면
저울의 무의식
영원 한 대접
썬글라스를 낀 앵무
황혼
제3부
눈이 펄펄
약을 먹는 아침
붉은 스타킹
잔디는 희끗희끗 살고
초승달이 반달로 변해가는 동안
유진상가 그리고 고가도로
옛집을 지나간다
구슬이 굴러
청계천 새물맞이
그냥, 흰색 가지
뉴타운
컷컷컷컷컷노컷
헐럭헐럭 벗겨지는
숨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
제4부
홍수 기념비
딱딱한 사월,
소라
수장(首長은 슬프다
그 많은 구두들은
꽃사자삽
자하문 밖은
A week of 미성(美星아파트
동물원
폐왕의 환상
피가 마른다
이상한 호수-배우
현관에 앉아 있는 스핑크스
주르륵 흘러내리는
태풍은 북상중
장원서(掌苑暑
해설│황현산
시인의 말
출판사 서평
낯선 시간으로 안내하는 낮은 목소리
누추한 사물들에게서 생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깊은 눈의 시인, 오래 삭힌 나직한 말로 우리 시대의 불행하고 비루한 삶을 조용히 읊조리는 이문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이 출간되었다. 시인의 잔잔한 목소리 속에서 모든 스러져가던 것들이 낯설고 아름답게 빛나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이문숙의 시는 천천히 온다. 시인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하고 담담하다. 그는 부러 말을 비틀고 위장하기보다 흘러나오는 말들을 고이 추려두었다가 제자리를 찾아 놓아두는 식으로 시를 쓴다...
낯선 시간으로 안내하는 낮은 목소리
누추한 사물들에게서 생의 기미를 포착해내는 깊은 눈의 시인, 오래 삭힌 나직한 말로 우리 시대의 불행하고 비루한 삶을 조용히 읊조리는 이문숙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이 출간되었다. 시인의 잔잔한 목소리 속에서 모든 스러져가던 것들이 낯설고 아름답게 빛나며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이문숙의 시는 천천히 온다. 시인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하고 담담하다. 그는 부러 말을 비틀고 위장하기보다 흘러나오는 말들을 고이 추려두었다가 제자리를 찾아 놓아두는 식으로 시를 쓴다. 어떨 때는 구태여 문장을 완성하기보다 그저 말을 삼키는 것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그 삼켜진 말들의 틈에서 사물들이 스스로 흘러나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낯설게 채색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시는 명료하게 머리로 이해되기보다 가슴으로 천천히 와서 깊고 오랜 흔적을 남기는 시다.
첫 시집에서도 이미 본 바 있듯이, 그의 시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사물과 풍경은 대개 비루하고 슬픈 것들, 덧없이 죽어가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이다. 골목에 불 켜진 마지막 집과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문을 닫은 구잇집(「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자발적으로 생을 버린 자들이 모인 곳(「그곳의 안개」, 피뢰침과 부서진 안테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