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왜 한국만 조용한가, 아니, 난리인가?
지금 청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01 무너지는 근대의 신화
‘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직접 듣다: ‘노오력’의 비용
02 노답 사회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청년들
직접 듣다: 민호 씨의 3년 후
03 벌레가 되는 삶
모두가 ‘벌레’가 되어가고 있다
04 심정적 난민의 탄생
왜 한국을 버릴 결심을 했을까?
직접 듣다: 헬조선 밖에서 헬조선 바라보기
직접 듣다: 탈조선하거나 대한민국을 텅텅 비우거나
05 이 지옥을 사라지게 할 마술
해방적 파국, 그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시간
‘노오력’해도 NO답,
‘조용한 분노’가 들끓는다
한국의 근대에서 ‘하면 된다’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부모 세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들은 사회와 구조의 문제마저도 개인의 노력으로 끌어안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오늘날 ‘하면 된다’라는 노력의 신화는 유통기한을 넘긴 듯하다. ‘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해야 한다’는 ‘노오력’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조한혜정·엄기호 연구팀은 압축적 근대를 경험한 한국 사회가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현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오력’을 대표 키워드로 잡았다.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헬조선’이라는 단어 하나가 흡수한 상태에서, 그보다 더 빈번하게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단어인 ‘노오력’을 들여다보는 게 현실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해서이다(「‘노오력’이 삶을 보호할 수 있을까?」 참조. 즉 ‘노오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청년들의 마음에 ‘헬조선’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오력’을 통해 청년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직장, 가정, 관계 등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겨우 닿을까 말까 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왜 분노하지 않느냐, 왜 연애·결혼·출산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느냐며 나무란다. 그런데 2015년 청년 담론을 지배한 키워드가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노답’ 등이라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한혜정 교수는 “헬조선 담론은 한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실천적, 이론적 움직임”이라고 말하며, 그들이 선택한 방법에 주목한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답이 없는 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 나라에서, 나라를 떠나거나 아니면 남아서 ‘벌레’가 되는 선택만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