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펼치는 50년 만의 한판승부
잃을 것 없는 주유소 알바 인생, 이상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주인공 ‘나’는 열 살이 되기 전부터 이미 60킬로그램을 넘긴 뚱뚱한 소년이다. 곁을 떠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소년의 가족은 할머니뿐이다. 소년은 씨름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인생에서 첫 번째로 행복을 맛본다. “그냥 뚱뚱한 아이인 것과 씨름 선수인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13면였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프로 씨름 선수로도 활동했는데, 한 끗이 부족해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좌절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43년간 홍대의 랜드마크였던, 청기와주유소에서.
여기까지는 평범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여기에 기이함이 보태진다. 어느 날, 주유소 점장님은 주인공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양자가 되어 달라는 것.
“나랑 살자는 말이 아니야. 서류상으로만 하면 돼.
프로 데뷔도 시켜 주고, 나중에 나 죽으면 유산도 물려줄게.”
“그러니까, 대체 왜요?” ―본문 26면
“씨름을 했어.”
“네?”
“씨름을 했다고.”
“대회에서 한몫 마련하신 거예요?”
“아니, 도깨비랑 씨름을 해서 이겼어.” ―본문 28면
이유를 들려주는 점장님의 말은 한층 더 황당한 제안으로 이어진다. 한밤중에 청기와주유소가 있던 자리에서 도깨비와 씨름을 해 달라고. 50년 만에 한 번씩 있는 이 씨름 대결에서 이겨 달라고. 50년을 좌우하는 한판승부, 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나’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정말 도깨비가 있다고 믿는 점장님의 확신에 조금 흔들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그리 크게 잃을 것 없는 인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공 ‘나’의 50년을 좌우할 이 대결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손에 땀을 쥐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이제는 사라진 청기와주유소 자리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
유쾌한 긍정성과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 소설
『청기와주유소 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