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원통에 갇혀 돌아다녀야 한다면?
과학적 상상력 위에 따뜻한 감성을 더한 SF
주인공 지유가 사는 도시의 공기 중에는 ‘나노봇’이 떠다닌다. 첨단 과학 기술의 결집체이자 안전성이 입증된 나노봇을 통해 도시는 미세 먼지를 정화하고, 가뭄이나 홍수 등 기상 현상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 나노봇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예외적 존재가 있으니, 바로 문지유이다. 나노봇 때문에 호흡이 힘든 지유의 사연이 알려지자 한 기업에서 ‘프로텍터’라는 원통형 차량을 개발해 기부한다.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을 타고 다니는 지유는 이제 ‘원통 안의 소녀’로 유명해진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소녀’라고 불리는 건 그렇다 쳐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올 때마다 지유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프로텍터는 왜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걸까? ―본문 17면
그러던 어느 날 지유가 실수로 도시의 공공 기물을 부수면서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거리 곳곳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며 지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고 그냥 가면 어떡해?”(12면 하고 따지던 목소리였지만, 어느덧 일상의 소소한 경험도 나누고 대화하며 지유와 친구가 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노아’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지유는 노아를 목소리로만 들을 수 있을 뿐, 노아가 어디에 사는지 알지 못한다. 몇 번씩 물어보아도 노아는 말을 삼킨다. 노아는 정말 누구일까?
“나는 원래 이 도시에 없어야 하는 사람이야.”
완벽해 보이는 도시의 불완전한 두 사람
노아와 가까워지며 지유는 둘이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일일까? 지유가 원통 밖으로 나와 맨땅을 밟는 일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유는 노아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어딘가로 불쑥 사라졌다가 나타나길 반복하는 노아의 목소리에 불만이 쌓인 지유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한 거야? 너도 나를 불쌍하게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