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실망한 마음들이 깃드는 공간,
게스트하우스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열일곱 살 오정성. 정성이는 할머니와 함께 고모의 게스트하우스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엄마와 언니는 작은 원룸에 두고 자신만 떨어져 지낸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방학만 지내고 돌아갈 계획이다. 하지만 탐험가였다는 둥, 호텔 경영자였다는 둥 무성한 소문이 있는 기라 고모와 함께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매일 아침 조식 준비를 돕고 날마다 새로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혼자만의 다락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에 스며든다.
그런데 한 장기 투숙자가 두고 간 캐리어가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만들기 시작한다. 위험한 물건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의심은 더욱 커지고, 고민 끝에 열어 본 캐리어에서는 금괴와 총이 발견된다. 이런 물건을 갖고 다니는 장기 투숙자는 대체 누구이고, 그는 왜 캐리어를 두고 갔을까? 장기 투숙자와 그를 쫓는 낯선 자, 그리고 고모의 숨은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작품은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실수와 실패를 담담히 조망한다.
“우리는 조금 이상한 사람들일지는 몰라도
위험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전작 『편의점 가는 기분』이 한밤의 편의점을 배경으로 소외된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는 공간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각기 사연을 품은 이들이 모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상을 가까스로 유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린다. 마치 여행지에서 먹는 달콤한 팬케이크 조식처럼 게스트하우스는 설렘을 품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매일 낯선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험이 도사린 공간이기도 하다. 다락 창고에 보관된 의심스러운 캐리어처럼.
그러나 불안은 사실 게스트하우스만이 아닌 모두의 삶 속에 녹아 있다. 별스럽지 않은 어떤 선택의 결과로, 또는 타인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받아 안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작가는 기라 고모와 할머니, 장기 투숙자 등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누구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