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의 충격을 전하는 강인한 소설
절망을 견디고 있는 청소년의 이야기 다섯 편
「명령」은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학살당한 한 소년의 이야기와 그 소년의 친구였지만 자라서 수학 선생님이 된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명령을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소년이 죽을 때 품에서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 때문에 수학 선생님이 되었다는 화자의 고백은 ‘역사는 결국 한 사람의 이름을 사무치게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우며 마음에 깊은 의미를 새겨 준다.
「울고 있니, 너?」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 소미가 어느 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이상한 존재를 목격하며 자신의 감정 속에 아우성치던 외로움과 슬픔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건 사랑이라고, 사랑」에서 엄마와의 소통 불가능으로 원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 민하의 마음을 드러냈듯 청소년이 받는 억압과 외로운 심정이 단단하게 펼쳐진다.
한편, 「저주의 책」에는 간질을 앓는 고등학생 다빈이 등장한다. 사람 없는 오후의 카페에서, 저 혼자 발작을 하고 침을 닦으며 다시 일어나는 고통의 일상이 담긴 이 작품은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버티던 다빈이, 삶을 묵묵히 견뎌 나아가는 힘을 보여 준다.
「그가 떨어뜨린 것」은 이 책의 제목의 토대가 된 작품으로, 죽으려고 시도한 소년이 살아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음의 시도에서 실패해 돌아온 뒤 자신이 진정으로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과정까지, 묵직하면서도 천진한 청소년의 심정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떨어뜨린다. 자신의 몸을 허공에 던지거나 마음에 품고 있던 무언가를 떨어뜨린다. 청소년은 늘 ‘그들’에 속하여 저마다의 삶을 학교 안에서 버티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며 절망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 『그들이 떨어뜨린 것』은 이경혜 작가의 감성적이며 강인한 문체를 통해 독자에게 죽음과 삶의 충격을 고스란히 전하는 동시에, 그러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