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 ‘그날’을 증언하는 아홉 개의 목소리
박희정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구술 김석진(가명 | 글 홍세미
꿈을 꾸기엔 이미 늦었지
구술 이정은(가명 | 기록 이미영?이은주 | 글 유해정
언제쯤 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구술 김명진(가명 | 글 문선현
저는 말로만 사장이지 노동자였어요
구술 진영민 | 글 홍세미
안 났으면 좋겠어요 이제 이런 사고… 안 날 거예요…
구술 김종배 | 기록 손소희?이은주 | 글 이은주
이것 또한 내 운명인가요?
구술 박철희 | 글 박희정
산재 처리, 이게 할 짓이 아니드라구요
구술 신영호(가명 | 기록 한채민?이은주 | 글 한채민
이제 난 조선소 일 못 하겠구나
구술 김재영(가명 | 글 현미향
이 배 나가려면 얼마 안 남았다 이거예요
구술 김오성(가명 | 글 최지명
기획자의 말 | 안전이라는 정당한 권리를 위하여
이은주(마창거제 산추련 상임활동가
기록자 소개
가족, 동료, 일자리를 잃은,
고통을 잊지 못하는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구술기록 프로젝트
2017년 5월 1일, 노동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 플랜트 마틴링게 건조 현장. 작업을 하던 크레인과 크레인이 충돌, 추락했다. 사망자 6명. 부상자 25명. 다친 사람은 이들뿐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 중 환영, 환청, 불안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이들이 있었다.
마창거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산재추방운동연합(이하 산추련은 이 노동자들 중 11명이 트라우마를 산재로 인정받는 과정을 도왔다. 그리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심리적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를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심리?상담활동가 네트워크 ‘심심통통’이 여기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고통을 삶에 새긴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인권기록 활동가들도 합류했다. 노동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거제로 왔듯, 사고 후 다시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기록자들은 거제뿐 아니라 대구, 울산, 인천, 충남 당진 등으로 찾아가 노동자들을 만났다.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옮겼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청년이 있다. 수년을 숙소를 함께 쓴 동료를 잃은 노동자, 형제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노동자도 있다. 구술을 위해 녹취한 주인공 아홉 명의 음성에는 눈물과 한숨, 머뭇거림과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이 자신에게는 평생 남을 상처를 다른 이는 겪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끝내 꺼낸 말들이 이 책에 담겼다.
“사고를 당해보니까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들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언젠가는 하긴 해야 할 거 같아요. (… 사람이 살다 보면 사고도 나고 실수도 할 수 있죠. 그래도 좀 덜 나게, 큰 사고 날 것을 작은 사고로 줄일 수 있게 자꾸 뭐라도 누구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관심을 갖고 해야 할 것 같아요.” _김종배,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