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작가가 함께 만든 ‘갓벽한’ 후속편
이 책의 첫머리에는 작가가 독자에게 바치는 헌사가 실려 있다.
‘나도 전혀 몰랐던 뭔가를 이미 눈치채고 있던 독자 여러분에게’.
베키 앨버탤리는 원래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에서 레아와 개릿의 이성애 로맨스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작을 아끼는 많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레아와 애비의 로맨스를 창작하고 소비하며 작가에게 일종의 힌트를 주었다. 앨버탤리는 전작과 설정이 달라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독자들과 함께하는 모험을 택했고, 그의 과감한 결단에 독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앨버탤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작품으로 증명했다.
『사랑은 오프비트』에는 이른바 ‘덕후’ 레아가 휴대전화로 팬픽션을 읽거나 제가 그린 팬아트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레아를 통해 사이먼이 예전에 〈러브 액추얼리〉 팬픽션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램이 그 팬픽션의 설정을 가져다 사이먼에게 프롬포즈(프롬+프러포즈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해리 포터’를 좋아한다면 고개를 주억거릴 만한 문장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이든 만화든 연예인이든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푹 빠져 ‘덕질’해 본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레아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 깊이 공감할 것이다. 『사랑은 오프비트』는 그야말로 수많은 레아들이 만들어 낸 레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아이돌 덕질을 병행하는 직장인 여성을 그린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해외에서는 영국 보이밴드의 멤버를 주인공으로 쓴 팬픽션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영화화되었다. 음지 문화로 불리던 하위문화, 팬덤의 창작 문화가 ‘주류 무대’에 등장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다. 더불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일방적,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2차 창작,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의 2차 창작이 작가의 1차 창작에 결정적 단서를 마련해 준 『사랑은 오프비트』, 어쩌면 그 존재 자체가 한 발 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