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1 노래의 운명
에덴으로 가는 유일한 사다리, 음악 | 밥 딜런 | Mr. Tambourine Man
2 그때, 우리는
불운과 맞닥뜨릴 때 삶은 갱신된다 | 들국화 | 행진
중층적 자아를 들여다본, 이 지적인 고백 | 시인과 촌장 | 가시나무
우리 욕망은 영원히 비루할 뿐인가 | 정태춘 | 북한강에서
막막하지 않으면 길이 아니다 | 유재하 | 가리워진 길
처절하고 아름다운 자멸의 기록 | 김현식 | 넋두리
여기 살았노라, 사랑했노라, 노래했노라 | 신중현과 뮤직파워 | 아름다운 강산
그 남자 몰래 울고 있다 | 해바라기 | 시들은 꽃
〈아마 나는〉이라는 역사적 4음절 | 조용필 | 고추잠자리
생의 절정이 무덤인 꽃, 동백 | 송창식 | 선운사
근면의 세계를 타격하라 | 송골매 | 모여라
지금 내 인생은 일요일 오후 몇 시쯤인가 | 어떤 날 | 오후만 있던 일요일
바람은 그저 자리를 바꿀 뿐 | 조동진 | 다시 부르는 노래
풍경이 사연 되고, 사연이 풍경 되는 그곳 | 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3 사랑은 짧고 슬픔은 길다
사랑은 전부거나 전무다 |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한낮의 맹세는 희미해지고 |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람은 길을 잃고, 나비는 사랑을 잃었다 | 김정호 | 하얀 나비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슬픔의 이방 | 이소라 | 바람이 분다
연인들 눈빛이 시가 되던, 그 오월 | 이문세 | 광화문 연가
산울림에게서 한 문장만 훔치라면 | 산울림 | 둘이서
뜨거움을 잃은 늙은 몸의 슬픔 | 최백호 | 낭만에 대하여
봄이 흐드러질수록 왜 슬픔은 커지는가 | 김윤아 | 봄이 오면
길이 끊긴 삶의 장막 앞에서 | 배호 |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
한국 발라드의 한 진경 | 윤시내 | 열애
이제 이별의 말을 준비해야 한다 | 박인희 | 세월이 가면
사랑은 그림자밟기 | 이정
시대를 비추는 노랫말
뛰어난 노랫말은 시대상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새로운 감성을 연다.
송창식이 노래하고 최인호가 작사한 「고래 사냥」(1975년을 보자.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이 노래는 <고래>를 우리 가요의 메타포로 처음 끌어들인 곡이었다. 청춘들은 <고래>(새로운 삶이 열리는 곳를 찾아 <동해 바다>(세상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성소로 떠나자고 외친다. 이 장쾌한 후렴구 덕분에 70년대 군부 독재하에서 숨죽이던 청춘들은 그나마 <정신의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들국화의 「행진」(1985년은 또 어떤가.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 거야.> 전인권은 압도적인 샤우팅으로 <눈 내리는 시련에 맞서 오히려 두 팔 벌려 환호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주엽은 이 노랫말에서 <불운과 시련마저 축복으로 삼겠다는 청춘의 결기>를 읽는다. 이념과 도덕적 엄숙주의에 억눌린 시대가 저물고 <개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하는 뜨거운 외침이었다.
송골매의 「모여라」(1990년도 빠질 수 없다. <회사 가기 싫은 사람 / 장사하기 싫은 사람 모여라.> 얼핏 보면 <땡땡이>들을 위한 찬가로 여겨질 만한 이 불온한 가사(<한국 사회에서 학업과 근로 의욕을 꺾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는, 실제로는 1990년대 개발도상국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근면의 세계>에 던지는 유쾌한 돌팔매질이었다.
한편 93년생 혁오는 <젊음의 상투적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대신 삶의 피로와 권태를 호소한다>. 그의 대표표 「TOMBOY」(2017년는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한 줄 노랫말로 요약한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 이주엽은 <시대의 아픔을 압축적으로 은유하는 이 슬픈 문장>에서 <시대에 저당 잡혀 있고, 행복과 자아실현은 기약이 없는> 청춘들의 신산한 삶을 읽어 낸다. 혁오의 노래는 <재앙에 가까운 집단 불행을 겪고 있는 또래 청춘을 위한 노래>이다.
대중음악의 선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