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파괴적 힘을 과소평가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하는
치폴라식 인간학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현실을 버텨내는 긍정의 주문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 이 낯선 이탈리아어는 ‘빠르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또는 ‘즐겁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저명한 경제사가 카를로 M. 치폴라에게는 유머와 익살로 가득한, ‘농담 같지만 농담은 아닌’ 치폴라식 인간학의 기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은 치폴라가 영어로 쓴 두 편의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생각지 못한 인기를 얻자 이탈이아에서 정식으로 출판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소개되었는데, 이번에 이탈리어판을 저본으로 삼아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치폴라는 전작인 『스페인 은의 세계사』에서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은을 약탈하면서 촉발한 근대 유럽 세계를 다루었듯, 이 책의 첫 번째 글 「중세 경제 발전에서 향료(특히 후추의 역할」에서 로마제국이 몰락하면서 시작된 중세 시대의 방대한 유럽사를 ‘후추’라는 소재로 단숨에 요약해버린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역사를 풀어나가는 치폴라의 방식은 짓궂기 짝이 없다. 치폴라식 농담과 익살이 군데군데 개입하면서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치폴라의 농담인지 헷갈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세판 시트콤처럼 웃음과 유머가 가득한 역사의 장면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지나다보면, 어느새 역사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가설에 대한 치폴라의 유쾌한 비판을 만나게 된다.
후추에 탐닉한 은자 피에르, 십자군을 일으키다
치폴라는 자본주의 탄생에 대한 북유럽 중심의 서사를 경쾌하게 비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