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기자인 주인공이 한국사회의 숨겨진 지배권력 집단과 쫓고 쫓기며 그 실체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역사추리소설. 주인공은 불륜의 관계인 애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제거해버리는 은밀한 지배권력 집단의 정체가 흐릿하게나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흔히 왕조가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소재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권력집단의 성씨가 왕 씨에서 이 씨로 바뀌거나, 그 성격이 보수에서 개혁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누가 정권을 잡든 권력의 논리와 행태는 언제나 똑같지 않은가? 개혁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정치인이 정권을 잡으면 노동자 탄압부터 하고 나서고, 보수로 일컬어지던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보수적 가치를 복원하는 노력은커녕 자리 굳히기와 이권 재분배에만 연연하지 않던가?
지은이 임정은 DJ 정권 시절에 경찰이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떠올랐다고 작가후기에서 밝혔다.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대통령이 군사정권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노동자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고 혹시 이 나라는 대통령이 아닌 누군가가 다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정치권력과 달리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은밀한 지배권력이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이 소설에서는 그 뿌리가 가야와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외래 지배권력 집단의 존재가 설정되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인도에서 건너온 그 외래 지배집단은 삼국시대는 물론이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자신들의 조직적 응집력을 유지하며 한반도를 지배해오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자가 있다면 그를 제거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정권도 갈아치운다.
이 소설의 주인공(고은산이 불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