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5회의 개인전을 치르는 동안 김상표교수가 작업했던 350여 장의 초상화와 작가의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당대 예술계를 선도하는 학자와 큐레이터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김상표교수의 작가론을 펼쳐냈다. 먼저 미학자 양효실 박사는 정신분석학과 해체론의 시선을 갖고서 김상표의 회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양효실 박사의 2편의 평론은 김상표교수의 ‘화가-되기’의 실존적 삶을 뿌리 채 파헤쳐 그의 회화에 새로운 살을 돋게 하려는 과감한 시도로 비춰진다. 철학자 대구대 김영진 교수는 ‘삶과 차이’라는 글에서 내 안의 다양체라는 들뢰즈의 시선으로 김상표의 회화를 들여다본다.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연구관은 생명사상가 다석 유영모 선생의 사상을 빌려서 김상표교수가 제나(ego를 벗고 얼나[眞我]를 회화로 궁리했다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립미술관 김은영 학예연구관은 어린시절부터 김상표교수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회화로 승화시킨 점에 주목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작가론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자화상에 집중한 김상표교수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상표교수의 자화상은 동일성과 재현의 범주에 포박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데리다가 말했던 ‘해체론자의 자화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해체론자의 자화상은 구체적인 선과 색으로 고정화할 수 없이 끊임없는 기표(작품들의 접속과 치환 속에서 섬광처럼 드러나는 흔적으로 표현된다(정재식, 2008. 마찬가지로 김상표의 자화상은 (자기가 사랑하거나 미워했던 타자의 욕망의 흔적들을 보여주면서 지워가며 충만한 공백상태에 도달하려는 투쟁의 기록이다.
“철학과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할수록 보편적 범주들의 자아에 대한 독재에, 오히려 내 몸은 파닥거릴 뿐이었다. 모든 행위의 과정과 결과물은 내 자아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었다. 존재의 결여에 시달렸다. 어느 날 캔버스와 마주하고 나를 그리기 위해 숨가쁘게 형태를 잡고 색을 칠했다.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