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구인류 덕분이다!
인류의 본능은 경쟁과 살육이 아닌 이동과 교배
네안데르탈인은 구인류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고고학계는 우리보다 머리가 크고 몸집이 거대한 이 구인류는 현생인류와 교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쟁에 밀려 도태된 채 멸종했다고 주장했다. 이 정설을 뒤집은 건 다름 아닌 유전학이었다. 일명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자는 이 미스터리한 존재가 남긴 한줌의 DNA와 현생인류인 우리의 DNA를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현생인류가 가는 곳마다 네안데르탈인을 절멸시켰을 것이란 학계의 정설과 달리, 우리 현생인류의 유전자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약 2퍼센트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교배의 증거였다. 이는 자칫 서로 다른 종이라고 여겨져 영영 우리의 관심 밖에 놓일 뻔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존재를 유전학의 힘으로 밝혀낸 획기적 사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만일 이런 교배가 없었더라면 현생인류는 극한의 빙하기를 살아남아 지금의 문명을 꽃피울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데, 이는 혹한의 환경에서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이들에게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티베트인들이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런 환경에 적응한 또 다른 구인류인 데니소바인의 DNA 덕분이다. 이렇듯 현생인류의 생존 전략은 끊임없는 경쟁과 살육이 아닌 반복된 이동과 교잡이었다. 현생인류가 가는 곳마다 구인류를 살인했다는 가설은 유전학의 발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유전학은 구인류가 남긴 DNA로 현생인류에게 쓰인 누명을 벗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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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새겨진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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