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주는 혜택은 면역력만이 아니다
햇빛을 쬐면 비타민 D가 생성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뼈가 물러져 성장이 지체되고 뼈대가 기형이 되는 병인 구루병이 생길 수 있다. 어른에게도 뼈 통증과 골절, 근육 악화를 불러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타민 D 결핍은 심장병과 당뇨병, 뇌세포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다양한 면역 세포가 몸속에 침입한 세균에 맞서 일차 방어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상처 치유도 촉진한다.
심지어 비타민 D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에 태어난 아기는 겨울에 태어난 아기보다 혈액의 비타민 D 농도가 2배 더 높다. 당뇨병, 천식, 고혈 등은 적도 가까이 사는 사람들보다 겨울에 낮이 짧고 햇빛이 약한 지역인 고위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흔하다. 이런 질병의 증상들은 햇빛이 풍부해지는 여름에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위도에 살수록, 실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비타민 D가 결핍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한 질병의 목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 심혈관 질환,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 감염뿐 아니라 심지어 불임과도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햇빛의 놀라운 치료 효과는 계속해서 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햇빛 노출이 아동 근시를 막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의 아동 근시 비율은 30퍼센트에 이르는 반면 호주의 경우는 1퍼센트에 불과하다. 유전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호주에서 자란 중국계 아이들의 근시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햇빛 노출 시간에 있었다. 호주의 아이들은 하루 중 네다섯 시간을 야외에서 보낸 반면, 싱가포르 아이들은 겨우 30분 남짓을 실외에서 보냈다.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위도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해가 쨍쨍한 나라인 이란에서 1989년에서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