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소문들 속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퍼스트레이디
“화려한 삶이었지만 애환도 그치지 않았다. 저마다 잠룡(潛龍으로 착각하는, 잡룡(雜龍들의 유희에 익숙한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_59쪽
쑨원의 부인 쑹칭링의 삶은 특별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중국을 뒤흔들 만큼의 부잣집 둘째딸로 태어난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스물여섯 연상의 남자 쑨원을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하고 함께 혁명의 꿈을 꾸었을 때부터일까. 쑨원 사후, 쑹칭링은 고된 길을 홀로 외로이 걸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젊은 과부에게는 항상 믿지 못할 흉흉한 소문이 따라다녔다. 첫 번째 소문의 주인공은 외교관 천유런이었다. 태평천국군의 아들로 태어나 외국에서 자라 조국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던 천유런이 쑨원의 사상에 반해 중국 혁명에 발을 디딘 사연은 단독으로 다뤄져도 좋을 만큼 풍성한 이야깃거리다. 두 번째 소문의 주인공은 경호원 쑤이쉐팡이었다. 자식이 없는 쑹칭링이 쑤이쉐팡의 딸 쑤이융칭이 무릎에 오줌을 싸도 그저 예뻐했다는 일화는 한편으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쑹칭링은 “나를 국부와 같은 반열에 놓지 마라.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중국을 사랑했다. 끝까지 중국을 떠나지 못했다.
혁명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주군을 위해 나를 버렸다.
“우리는 혁명가다.?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개인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다. 죽음도 혁명의 한 부분이다.?아무도 우리를 정복할 수 없다.” _143쪽
“총통은 나의 상관이었다. 내겐 하늘같은 존재였다. 허물을 말하는 것은 부하된 도리가 아니다. 내가 어려움을 겪었다고들 하지만 총통의 명령이었다. 개의치 않는다.” _69쪽
장제스에 의해 33년간 감금생활을 했던 쑨리런은 미국 군사가들이 ‘동방의 마셜’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군인이다. 미국 명문대학과 일류 군사학교를 졸업한 쑨리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