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프롤로그 한국 토종작물 연구의 시작
제1부 토종 찾아 10만리
18 우리 토종작물의 뿌리를 찾아 떠난 남미 볼리비아
31 씨앗 도둑
35 토종 찾아 10만리
45 지구 한 바퀴를 짊어지고 온 참외 종자 832품종
50 북한 유전자원 전문가들과의 만남
58 히말라야가 고향인 우리 종자
65 만주로 갔다 돌아온 우리 고추, ‘귀향초’
71 바빌로프식물산업연구소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가기
제2부 토종 찾아 삼천리
84 최초의 토종수집 여행지, 충주댐 수몰지역
92 진주 남강 수몰지역에서 찾은 ‘진주대평무’
98 괴산이 고향인 토종종자를 찾아서
112 선친께서 심으셨던 호래비밤콩
118 강화군 교동면의 ‘약콩’, ‘오가피콩’
125 녹구만이 마을에서 만난 토종종자들
131 아찔했던 눈길과 토종감자, ‘울릉홍감자’
138 강화 분홍감자와 지석리 강한옥 할머니
145 푸른달걀콩이라는 뜻을 지닌 ‘푸른독세기콩’과 제주도의 토종작물
151 휴전선이 가까운 포천 관인면 냉정마을에서 찾은 토종씨앗들
157 토종의 보고, 은재말 허기순 할머니댁
164 김치 맛이 일품인 우리 토종 ‘구억배추’
175 동치미에 최고인 이천의 ‘게걸무’
180 논산 매꽃마을의 ‘매꼬지상추’
187 횡성 박부례 할머니의 ‘물고구마’ 사랑
193 횡성 배영희 할머니의 ‘돼지감자’ 사랑
200 정선 산골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왜무꾸’
205 은쟁이길의 토종 할머니
213 봄철 스태미나를 살리는, ‘부추’
219 명호면 삼동리의 ‘노랑상추’
225 태백산 줄기가 고향인 대립콩, ‘금강태’
231 올챙이국수를 만드는 팔뚝만한 평창 ‘메옥수수’
237 강화군 화도면 황언년 할머니의 토종 사랑
244 상동리에서 만난 귀인 정옥현 토종할머니
252 완주 이달막 할머니의 토종 사랑
259 가보처럼 간직한 보다콩과 여우꼬리조
266 옛이야기가 된 ‘푸른지대딸기’와 ‘채포딸기’
271 에필로그 씨앗은 우주요, 토종은 생명이다
〈유난히 식물을 사랑했던 소년〉
‘완전할 완에 심을 식, 완전하게 심어 편안하다’는 뜻을 담은 이름을 가진 안완식은 유년 시절부터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장독대에 싹 틔운 이름 모를 풀포기를 캐 와 텃밭 한구석에 키워 꽃을 피웠고, 고등학생이 돼서도 원예반에 들어가 활동할 정도로 식물 사랑이 지극했다. 대학 진학도 농과대학으로 하여 우리 벼를 비롯한 토종 식물의 우수성에 흠뻑 빠져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의 식물 사랑, 토종 사랑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 안완식 박사의 부모님은 아들이 수원에 위치한 농대를 다니게 되자 1961년에 서울에서의 살람살이를 청산하고 따라 내려오셨다. 수원 집 앞에는 300여 평의 밭이 있었는데 부지런한 부모님은 해마다 평소 좋아하는 여러 가지 꽃나무도 심고, 상추·배추·마늘·고추 등 채소류도 심었는데 해마다 빠지지 않고 꼭 심는 것이 밥에 넣어먹는 흰 콩이었다.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콩의 이름은 ‘홀아비밤콩(호래비밤콩’으로, 씨앗의 표면은 황백색이며 눈은 연한 갈색이고 모양은 단타원형이면서 크고 약간 납작하다. 특히 씨앗의 표면이 약간씩 틔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콩으로 밥을 지으면 콩이 잘 무르기 때문에 밥맛이 참 좋다. 그래서 해마다 빠트리지 않고 심어오셨고, 이러한 부모님의 ‘토종 사랑, 씨앗 사랑’은 아들인 안박사에게로 고스란히 대물림되었다.
〈씨앗 지킴이, 씨앗 수집가로서의 삶〉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서 새 품종을 개발하던 안박사는 1985년, 당시 직제에도 없던 ‘유전자원 관리 과장’을 맡게 된다. 임명장도 없이 구두로 책임자가 된 유전자원 연구부서, 즉 종자의 수집·보존·평가에 관한 연구 책임을 맡게 된 그는 밤낮으로 유전자원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토종씨앗과 안완식 박사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안박사는 우선 우리 농가에서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급히 토종수집과 관련된 소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