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으로 시작한 사랑
1851년에 나온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이지만, 의외로 완독에 성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난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새봄이는 그 후 도서관 쪽으로는 가지도 않고, 책은 펼쳐볼 생각도 않았다. 더구나 엄마의 발인날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과 겹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강박, 우울증으로 4년 동안 집과 병원을 오가다 남들보다 1년 늦게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새봄이는 학교 도서실 문에 학생들이 적어 놓은 여러 개의 책 속 문장 가운데 “삶이 갑자기 죽음으로 급선회할 때뿐.”이라는 『모비 딕』의 문장에 꽂혀 그 책을 빌린다. 그리고 거의 두 달 가까이 천천히 두 번을 읽어내며 그 세계에 매료된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마치 신이 우리에게 거대한 농담을 한 것 같았다는 지석이의 말에 새봄이는 『모비 딕』을 선물한다. 지석이는 새봄이가 선물로 준 『모비 딕』을 빨리 읽으면 새봄이와 만날 시간이 늘어난다는 희망 하나로 집중해서 며칠 만에 단숨에 끝낸다. 입학식 첫날 자기소개 시간부터 새봄이가 신경 쓰였는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때로는 수업시간에 고통스럽게 운동장을 내달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같이 달리기도 한다.
지석이는 처음엔 하고많은 책 중에 바다와 배와 죽음이 뒤섞여, 어쩔 수 없이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책을 선물한 건지 몰라 새봄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135장이나 되는 책을 스스로 놀랄 정도로 몰입해서 며칠 만에 읽어낸다. 물론 가장 큰 원동력은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여자, 새봄이다. 지석이는 새봄이처럼 마음의 지옥을 겪은 적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지만 역시나 『모비 딕』의 매력에 푹 빠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결론을 그렇게 내버린 작가에게 화가 나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도서관 밖으로 마구 달려 나가기까지 한다.
지구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
『지구 행성』은 지석이와 새봄이의 시선에서 번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