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 _ 여행자의 수첩
TRAVEL ROUTE : 여행루트
CHECK LIST : 준비물
MONEY : 경비 마련법
TIP : 나만의 팁
Diary _ 여행자의 일기장
OCTOBER,
01 통곡에 대하여
02 인도기차에 대하여
03 사랑에 대하여
NOVEMBER,
04 마지막에 대하여
05 멸시에 대하여
06 바라나시에 대하여
DECEMBER,
07 공포에 대하여
JANUARY
08 상실에 대하여
09 안전에 대하여
FEBRUARY
10 또, 사랑에 대하여
11 히치하이킹에 대하여
MARCH
12 성추행에 대하여
13 야경에 대하여
APRIL
14 또, 상실에 대하여
15 의심에 대하여
16 카레에 대하여
17 살사에 대하여
18 기대에 대하여
MAY
19 장사에 대하여
20 가우디에 대하여
JUNE
21 고통에 대하여
22 화해에 대하여
23 가을에 대하여
24 좋은 사람에 대하여
JULY
25 순례길에 대하여
26 이별에 대하여
27 엽서팔이에 대하여
AUGUST
28 종말에 대하여
책 속으로
간혹 가끔이 아닌 사람도 있다. 자주 구역질이 나는 사람, 전생에 무슨 업보라도 있었는지 갖은 통곡을 어깨에 이고 태어난 사람, 혹은 태초에 그것을 짊어질 힘이 모자란 사람. 결국 생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통곡으로부터의 해방인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오욕은 사치이다. 당장의 크나큰 숙명처럼, 통곡에서 달아날 방법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생을 견딜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비행기가 떠오르는 동시에 덜컥 느껴지는 현생과 괴리된 감각, 공항 밖을 나서는 순간 이생(生의 누구도 나를 모르는 듯한 나그네가 된 느낌. 즉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주도, 인생에서 실패한 낙오자도, 굶주린 소외자도 아닌 그저 여행자가 되어버리는 사실. 그처럼 속계로부터 해방되는 것만 같은 오감에 홀려 떠나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했다. 어쩌면 통곡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떠난 여행. 그러나 행복을 좇아 떠난 것은 아니었으며, 길 위에서 갖은 희로애락을 겪어내어 궁극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간 여행이었다.
- ‘01 통곡에 대하여’ 중에서
그러나 나는 말을 삼켰다. 이래서 괜찮아졌으니 당신도 해보라는 말로 박약한 결론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섣불리 가늠할 수 없다. 아무리 유사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타인의 삶을 그가 가진 성정에서 모자람 없이 누려보지 않고서는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고, 안아주고, 응원하고 궁극에는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 ‘03 사랑에 대하여’ 중에서-
가끔은 넋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갠지스강을 바라보았다. 흙탕물같이 칙칙한 이 강의 저변에는 생명을 다한 육신들이 가루 채로 수장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 말이 떠오를 때면, 나는 화장터의 불꽃을 좇아 걸어가곤 했다. 누군가 매일 죽고, 타고, 남은 재가 강물에 흩날리다 못해 침잠되어 버리는 곳이었다. 그곳에선 우리네 인생이 늘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