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으로 풍경놀이 가자
한옥은 검고 어둡다. 채와 채는 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 두껍게 겹치며, 건물의 골조는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 울퉁불퉁한 거친 면(面을 형성한다. 이런 한옥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겁고 부담스러운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한옥과 쉬이 어울리지 못하고 그저 ‘전통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약간의 의무감으로 잠깐 둘러보고는 그만이다.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는 이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놀이’라는 관점을 도입한다. 저자 임석재는 창을 일종의 ‘액자’로 보고 이것을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43쪽을 다루듯이 다양하게 조작하며 ‘논다’. 이때 물리적으로는 창을 조작하는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풍경이 변하기 때문에, 풍경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차경.장경.자경.중첩.족자.거울작용.병풍작용.몽타주.콜라주.바로크 등 그야말로 다양한 풍경작용들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각각의 풍경작용들마다 그 뜻, 발생하는 조건, 구체적 예시, 사상적 맥락 등이 세밀하게 검토된다. 나아가 시대를 초월한 한옥의 보편적 장점을 가려내 ‘아파트’라는 천편일률적인 주거양식을 극복할 개념적 토대를 마련한다.
저자는 그동안 건축분야에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구를 해왔으며 독보적인 저술 성과를 이뤄왔다. 풍부한 인문학적 식견 위에 깊은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이번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건축미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독자들은 단순한 풍경작용에서 복합적인 풍경작용으로 차근차근 안내받을 것이다. 프로이트, 증자, 포스트모더니즘, 대승불교 등 다양한 사상적 배경이 한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20년 넘게 이어온 저자의 전통건축 답사는 이 책을 매우 체험적이고 실제적으로 만들었다. 문화적 가치와 미학성이 뛰어난 한옥 유구 39기를 망라해 직접 찍은 사진 160컷을 책에 담은 것은 물론, 분석적인 개념어들 사이로 간간이 드러나는 생생한 문장들은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