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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여기, 우리, 함께 : 오래도록 싸우고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투쟁과 연대의 기록 -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1
저자 희정
출판사 갈마바람
출판일 2020-05-01
정가 17,000원
ISBN 9791196403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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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오래도록, 곁에 선
전태일 50주기에 부쳐 ? 50년 전 사람, 50년 후 우리

1부 ― 하늘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왜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파인텍 : 질문을 되돌려야 하는 시간, 409일
택시 : 할 말 못하는 사이, 사납금만 야무지게 오른다

2부 ― 밥을 나누고 이부자리를 펴두는 일이 연대냐고 묻는다면
밥 연대 :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노동자 쉼터 : 꿀잠, 그곳이 집이 되려면

3부 ― 정규직, 그거 포기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면
세종호텔 : 모래알 요정들의 고군분투기
아사히글라스 : 고유의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톨게이트 : 옛날의 내가 아니야

4부 ― 왜 싸우는 곳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미술가 : 이웃집 예술가들
뮤지션 : 착한 사마리아인의 음악

5부 ― 자신을 버린 회사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그네틱스 : 자신의 끝을 정해둔 사람들
풍산마이크로텍 : 얻을 것보다 남길 것을 고민하다

6부 ― 연대를 통해 당신의 무엇이 변했느냐고 묻는다면
가족 : 엄마가 착한 엄마는 아니야, 솔직히
법률가 : 서로가 서로에게 사람이라면

나가며 ? 사라지지 않기 위해 여기, 우리, 함께
그들이 굴뚝에 오르는 이유

굴뚝에 올라 400일 넘게 버티고, 아스팔트 바닥을 오체투지를 하며 기고, 한 뼘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을 다룬 한 신문의 2018년 12월 31일 자 사설을 보자. 제목은 <제조업 하면 악덕 기업인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회사를 할지>이다. 사설은 그 농성을 파인텍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과거 다니던 회사보다 임금을 적게 주고, 사측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노조원들이 제 발로 굴뚝에 오르자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기업을 문책하라고 들고 나온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노동계 주장은 회사가 어렵더라도 임금은 더 많이 줘야 하고, 노조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회사는 무조건 단협을 체결해야 한다는 식”이라고 힐난한다. 그리고 농성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에 대해선 “불법 시위를 벌였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전문 시위꾼”이라고 단정한다.
사설 마지막에 단 한 번 “칼바람이 부는 혹한 속에서 1년 넘도록 고공 시위를 벌이는 근로자들에게도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선심 쓰듯 말하지만, 이내 “그러나 우리 노사 분쟁은 타협이 안 되면 곧장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용주를 압박하고 악덕 기업주로 낙인찍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제조업을 하겠느냐는 회사 대표의 심정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라고 결론 맺는다. 이 사설 어디에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이 사설을 읽은 사람의 마음속에 굴뚝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은 회사의 어려움도 나눠질 줄 모르는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 남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그저 불순한 이유로 노동자들을 부추기는 전문 시위꾼들로 각인된다. 비단 이 신문의 사설뿐일까? 이 사회는 기업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준비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한 줌의 공간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굴뚝에 오르고, 오체투지를 하고, 단식 농성을 해야 그나마 관심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