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후 60년은 정치, 경제, 사상의 거대한 실험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문명은 붕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기적처럼 1945년에서 1989년 사이에 유럽 대륙에서 국가들 사이의 전쟁은 사라졌다. 두 세대의 유럽인들은 평화를 마치 자연의 질서인 양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했다(전쟁 또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은 제3세계가 떠맡았다. 유럽이 이처럼 번영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60년 전엔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유럽은 하나의 지리적 표현에서 개인과 국가에게 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대상으로 변신했다(유럽 모델은 유럽 연합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나라들에게 횃불이자 본보기가 되었다. 도대체 유럽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20세기, 특히 전후 60년 동안의 유럽은 정치, 경제, 사상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전후 유럽』은 리스본에서 레닌그라드까지 유럽 34개국 60년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6개 국어로 된 문헌들과 최근에야 비로소 개방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유럽이 변모해 가는 과정을 좇는다. 과거 청산과 통일, 지역 감정, 이데올로기와 지식인의 쇠퇴, 반미주의와 반공주의, 출산율 감소와 국민연금 고갈, 공기업 민영화, 이주 노동자 문제 등 각각의 첨예한 사회적 쟁점들(모든 현대 국가들이 마주한 문제들이 어떻게 불거지고 어떻게 타협을 이뤄 가는지 추적한다. 특히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라 할 복지 국가와 신자유주의 사이의 길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책 전체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주트는 이를 통해 현대 유럽의 역사가 하나의 진실을 보여 준다고 강조한다. <계급>에 집착하며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좌파와 <복지>를 포기하고 <공익>을 고려하지 않는 우파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는 교훈이다. 좌파는 <계급>을 뛰어넘어야 하고 우파는 <시장>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vs. 유럽
공산주의를 개혁할 수 있다는 환상, 스탈린주의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으며 여전히 교정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