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전시장의 사진들
서문 | “삼차원의 세계를… 평평한 표면 위에 표현한 것”
1장 | 건축 도면, 건축물, 건축 사진
2장 | 가짜 창문이 있는 풍경
3장 | 역사의 이미지들
4장 | 스코어, 움직임, 퍼포먼스 기록
5장 | 자연의 이미지들
나가며 | 전시장의 시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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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화가에게 익숙한 공간도 시간도 결핍된,
기이하게 공허한 이미지처럼 보였던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만남이 사진과 회화를 견인했던 시간이 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이 책은 미술 전시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반드시 현대 미술로서의 사진, 또는 이른바 ‘예술 사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윤원화는 미술 전시장이 현실에서 완전히 분리된 추상적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시장은 미디어 환경과 접속된 도시의 일부이며,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보여주고 보여주는 행위의 연쇄 속에 놓여 있다.
사진은 그 연쇄를 타고 가장 자유롭고 거의 광포하게 전시장 안팎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형식이다. 서로 분리된 것을 연결하거나 경계에 구멍을 내는 사진의 운동성은 미술과 사진 양쪽 모두에서 잠재적인 불안 요소로 여겨졌다. 사진은 여전히 사람들을 매혹하고 위협하며, 미술 전시장의 안팎에서 끝없이 유동적으로 출몰한다. 이 책은 전시장의 사진과, 사진적인 것들, 사진이 아닌 것들이 맺고 있는 배치를 되짚으며 이미지의 존재와 작동 방식에 접근해 나간다.
우선 저자는 ‘사진’과 ‘그림’의 관계를 다시 검토한다. 사진과 고해상도 컴퓨터 그래픽, 포토샵 이미지가 뒤섞여 흘러넘치는 네트워크에서 우리가 사진과 그림을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은 사진과 그림이 통합될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라는 가정 하에서 축조된 것이다. 즉 회화는 인간을 위해 인간이 그린 이미지를, 사진은 인간에게 무심하게 존재하는 낯선 세계의 파편들과, 꺼내어다시 볼 수 있는 반복적인 시간의 이미지를 제공했다. 이제 사진과 회화가 그저 비슷비슷한 그림들처럼 보인다면, 이는 그들의 차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세계에 대한 비전을 기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은 주어진 것에 충실하자.
전시장에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