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노스가, 지금 살아 있다면, 카다르를 지지한다고 믿고 싶다.”
냉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1958년 영국에서 발행되어 이 한 문장 때문에 보수적인 평단의 공격으로 출간 한 달 만에 배포가 중단되었고, 칠 년 뒤 복간되었으며 이십 년 뒤에는 헝가리어로 출간되기도 했던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깊이있는 작가이자 진보적인 사상가인 존 버거(John Berger, 1926- 가 1950년대의 다급했던 시대 상황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담아 써낸 자신의 첫번째 소설이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이 책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을 만큼 이후 존 버거라는 대작가의 탄생을 알리게 된 의미있는 책이며, 그렇게 해서 태어난 책은 5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세계의 여러 독자들에게 변함 없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화가』는 저의 첫 소설입니다. 이 책 이후로 아홉 작품을 더 썼습니다. 처음이라 그랬겠지만, 이걸 계속 써 나갈 수 있을지 내내 의문스러웠습니다. 완성은 고사하고 말이죠! 그게 벌써 오십 년 전의 일이군요. 그랬던 책이 지금껏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여전히 진실돼 보인다니 신기한 노릇입니다.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2005년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현대 문학계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화가의 초상
때는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8년. 소비에트의 탱크는 부다페스트로 진군 중이다. 그리고 런던에서는 야노스 라빈이라는 헝가리 망명 화가가 멋진 화랑에서 자신의 개인전이 성황리에 개최된 직후 자취를 감췄다. 화가로서 성공의 길을 눈앞에 둔 야노스는 왜, 어디로 사라진걸까? 그의 묘연한 행방을 찾던 미술비평가이자 야노스의 영국인 친구인 존이 야노스의 텅 빈 스튜디오에서 발견한 유일한 단서는 그가 남긴, 헝가리어로 쓴 일기 한 권뿐. 스케치북에 씌어진 이 일기에는, 그 동안 스스로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훈련을 쌓아 왔던 고독한 화가,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