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의 전투에서 최초의 승리를 이끌어낸 설파제,
설파제 발명을 둘러싼 또 다른 전장을 조명하다
도마크는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 이야기의 주역이지만, 이 책은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일단 파스퇴르의 연구 덕분에, 세균이 감염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병균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발상을 하기 어려웠다. 코흐의 연구를 통해 각각 다른 세균이 디프테리아, 결핵, 탄저병, 폐렴, 파상풍, 콜레라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하지만 질병이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알아내는 것과 세균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영국의 의학자 암로스 경은 세균 자체를 박멸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상하거나 괴사한 조직에서 병균이 번성하니 문제가 될 부위를 과감하게 절단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특정한 병원균을 공략해서 없앤다는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환자가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감염되었다면 인체가 그 감염과 싸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한편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에서는 발명만 한다면 대박을 낼 수 있는 ‘마법 탄환(Zauberkugel’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기체와 세균에만 작용해 환자의 몸속에서 안전하게 감염을 막아낼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당시에는 그런 약물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마법 탄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몽상가들의 꿈이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설파제가 발명된 후에는 설파제 사용과 유통, 특허권 등을 둘러싸고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다양한 논란이 일었다. 독일